뙤약볕에 나다녀서 일사병에 걸렸나 보다.
두통약 한 알을 먹고 조금 쉬었더니 한결 나아졌다.
어제와 같은 시각, 케이린이 퇴근을 하고 동료인 켈리와 함께 호텔로 찾아왔다. 우리는 호텔 1층 바에서 간단히 칵테일과 맥주를 마시고 나의 다음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내일 호바트행을 적극 추천하는 케이린. 하지만 토요일 페리로 가는 시드니행은 flight money 손실로 인해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했다.
차라리 토요일에 출발할거면, 금요일 밤에 열리는 론세스턴 페스티발레를 함께 하자고 은근히 속내를 비치면서 토요일 비행편을 알아보라고 한다. 이래 저래 출발편 변경은 불가피하니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 모든 길은 정해져 있는 법!!!
우리는 함께 멕시칸 레스토랑인 prickly cactus로 향했다.
케이린은 나를 위해 burito를 추천해 주었고, 처음 먹는 멕시칸 음식이 입에 맞아 써니 입이 귀에 걸린다. 그리고 우리는 margarita 일종인 fish bowl을 마셨다. 정말 내 동생이 기르는 열대어 어항과 비슷하게 생긴 bowl 가득히 마가리따가 나왔다. 언제나 주(酒)님과 함께 행복한 써니! ^^;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아니면 음식 양이 너무 많은건가? 반도 먹지 못하고 그 아까운 음식을 남겨야 했다. ㅠ.ㅠ
그리고 또 실랑이가 벌어졌다. 오늘 저녁은 내가 내려고 했는데, 케이린이 또 선수를 쳐버린 것이다.
"It's my turn!"
"No, next is your turn, sunny."
휴==3 100불이면 사실 친구들과 먹는 한번 술값밖에 안된다. 나도 그 정도는 낼 수 있는데, 케이린은 나를 돈 없는 배낭 여행자로 생각하고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레스토랑을 나와 케이린과 켈리는 시내 곳곳을 거닐며 나에게 많은 것들을 열심히 설명해 준다. 여기는 파스타가 맛있고, 여기는 예쁜 신발을 팔고 저기는 절대 가면 안되는 bar고, 요기는 주말이 되면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나이트 클럽 등등. ^^
그리고 금요일 밤 festivale가 열릴 city park에 이르렀다. 어슴푸레 밤이 밀려드는 이 공원에 지금은 우리 셋 뿐이지만, 금요일 밤이면 2만 명도 넘는 사람들이 이 곳을 가득 메워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거라고 한다. 기대된다.
케이린의 달콤한 말들을 들으며 계속 걷는다.
케이린의 말은 darling, honey, baby가 항상 따라붙는다.
"how are you darling?"
"beautiful, honey!"
모든게 lovely이고, beautiful이다.(나중엔 오지 사람들의 언어적 특성임을 알았지만.. ㅡ,.ㅡ;;) 케이린의 말을 듣고 있으면 예쁜 표현들 때문인지 기분이 좋아진다.
시원한 바람에 섞여 오는 달콤한 말을 들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해가 진다.
호텔 앞까지 나를 데려다주고, 굿나잇 키스를 하고 케이린과 켈리는 갔다. 그리고 나는 쉽게 해 볼 수 없는 오늘의 이 멋진 추억을 곱씹으며 bar에서 맥주 한 잔으로 이 밤을 마무리 한다.
오~~ 아름다운 이 밤! Goooooooooooooooo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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