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는 길목, 혹은 이미 겨울의 문턱에서 스쿠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제주에 살면서 그 흔한 자전거 하이킹도 한 번 못해봤다.
하지만 부실한(?) 내 몸을 이끌고
자전거 하이킹을 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라고 스스로 규정지은지 오래이다.
자동차를 팔아버리고 뚜벅이가 된지 두달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가죽 자켓에 가죽 바지, 부츠를 신고 쇠줄을 몸에 칭칭 감아
할리를 모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 기분은 어떨까 사뭇 궁금하던 터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로망이 배달의 기수들이 타는 스쿠터는 아님을 밝힌다.
이쁘고 앙증맞은 클래식 스쿠터들이 널려있음을 고유가 시대에 뚜벅이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어쨌거나 내가 1박 2일로 스쿠터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선배는 다짜고짜 화를 냈다.
드디어 시집 못한 노처녀가 갈데까지 가려는구나 싶었을 것이다.
꼭 그런 식으로 감정을 풀어내야겠냐며 걱정 반, 짜증 반 성질을 있는데로 부린다.
두 발 달린 건 자전거 밖에 타 본 적이 없는 내가
제주의 반을 도는 여행을 하겠다고,
그것도 난생 처음 타보는 스쿠터로 하겠다고 했으니 기가 찰 만도 하겠다. ㅡ,.ㅡ;;
나도 솔직히 가능할지는 출발 하는 그 순간까지도 의문이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나는 생각을 했으니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드디어 오늘이 결전의 날이다.
125cc 이하의 스쿠터는 원동기 면허증이 없어도 탈 수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결심을 하고 나자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풀리는 듯 하다.
자 그럼, 출발!!!
* 써니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9-07 1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