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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26] 신고합니다, 태국! 사왓디 카~ *^^*
 써니  | 2005·12·10 00:04 | HIT : 3,231 | VOTE : 566 |
어제 잠을 설쳤지만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와 오랫동안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레임 때문에 기분은 최고조 상태이다.

밤새 배낭을 쌌다, 풀었다를 몇 번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새벽 1시까지 해도 전혀 짐을 줄일 수가 없어서 가방 2개에다 맘 편히 짐을 꾸려 놓았더니만 아침에 엄마가 눈 깜짝할 새에 하나로 줄여 놓은 것이다. wow! 정말 대단하다. my mom is super woman?! ^0^

비행기 창 틈으로 햇살이 곱게 뿌려지고 있다. 구름 바다 위를 이렇게 나르는 기분도 좋지만 조그만 창 틈으로, 내게 할애된 공간을 통해서 주홍빛이 넓게 드리운 운평선(구름 끝 ^^;)을 보는 것도 즐겁다. 제주도에 살면 이런 여행을 떠날 때 서울까지 왕복 비행기 값이 만만치 않아서 부담이 되지만 내가 제주도에 살지 않았다면 새벽같이 이 비행기를 타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점점 밝아오는 아침을 이렇게 맞이할 수도 없었겠지. 구름이 마치 눈 쌓인 벌판 같다.

첫 비행기라고 음료수에 귤과 빵을 함께 준다. 평소에 나의 생활로 볼 때 이건 정말로 운 좋은 일이지만 오늘은 정말 'no thanks!'다. 한달 동안은 엄마가 해 주는 밥(사실 지금 현재도 엄마가 해주는 밥 못먹는 건 마찬가지지만... ^^;) 못 먹을 거 같아서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밥을 챙겨 먹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침 안 먹는 내 위가 놀래서 부담스럽다.

음, 그런데 어제 새로 맞춘 렌즈가 도수가 잘 안 맞는다. 어쩐지 너무 싸드라. 에고고~. 렌즈를 그냥 끼고 자도 된다는 말에 혹해서 샀는데 아직 그 효능을 잘 모르겠다. 쩝..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시간에 쫓긴다. 제주에서도 그러더니만 서울에서도 TC사고 여기저기 전화하다보니 탑승시간이 다 되어서 허겁지겁 비행기에 올랐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일본 여행 갔을 때 남겨왔던 엔화가 4만엔 정도가 있어서 TC는 200$만 바꿨다. 다행히 엄마가 현금으로 미화 140$을 쥐어주셔서 조금 넉넉해졌다. 근데 이건 내 생각뿐이지, 현지 물가도 잘 모르겠고 대충 예상하고 있는 60만원 정도가 한달 일정으로 빠듯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국경넘는데 VISA FEE도 만만치 않을텐데...

난 TG항공(타이항공) 스튜어디스는 다 못생길 줄 알았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TG 나쁘고, 기내 서비스도 안 좋고 스튜어디스도 밉다고 해대서... 근데 전통의상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내겐 너무 예쁘게 보이는 거다. 하긴 지금 나한테 안 인상적인게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할테지만 말이다.

"사왓디 카." 라고 내게 인사를 하는 순간 난 '아, 드디어 내가 태국을 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는 30분이나 늦게 이륙을 했다. 더군다나 내 옆자리에 앉은 태국 여자들은 갑자기 스튜어디스 대빵 아줌마와 실랑이를 벌인다. 하도 자기네 말로 빠르게 쏘아대서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지만 대빵 아줌마가 '라이또, 라이또!' 라고 하는 걸로 봐서 라이타 내노란 뜻인 것 같다. 허걱! 나도 모기향 피울려고 라이타 가지고 있는데 설마 라이타가 기내 반입금지 물건은 아니겠지? 순간 겁이 난다. 그런데 정말 가방을 뒤지더니만 라이타 2개를 찾아 가지고 가는 것이다. 윽~ 정말 오싹한 순간이었다. 무슨 일이었을까? 내 가방도 보자고 할까봐 정말 조마 조마 했다.

암튼, 그러더니만 다들 자기 자리고 돌아가서 잠을 청한다. 나도 잠을 좀 자야겠다. 엥~ 그런데 벌써 기내식 준다네. 기내식에 대한 소문은 정말 정말 안 좋던데... 바로 내 친구 멍게만해도 그 먹을 거 밝히는 놈이 지난 여름에 TG 탔을 때 손도 안댔으니 말 다했지. 그런데 기내식은 그런대로 먹을 만 했다. 아마도 먹어야 산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인지는 몰라도 그냥 봐 줄만 했다. 잠을 자려고 했는데 낯익지 않은 곳이어서 그런지 자꾸 깼다. 그리고 춥다. 담요 달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영어가 생각 안 나는거다. 그냥 가리키면서 BODY LANGUAGE할걸 ... 괜히 자존심 세우려다 감기만 지독해졌다.

3시간 걸려 도착한 곳은 홍콩의 신국제 공항이다. 공항 이름이 모더라? ^^; 공항 이름은 죽어도 생각이 안 났지만 작년에 홍콩 여행왔을 때 이미 눈도장을 찍어둔 곳이라 그런지 괜히 신난다. 홍콩의 신공항은 착륙할 때가 기분이 젤로 캡이다. 마치 바다 위에 착륙하는 것(불시착)같은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30분 후에 다시 방콕을 향해 날아간다. 그런데 막 이륙을 하려는 순간 불현듯 공항 이름이 생각나는 거다. 사실 요사이 방콕의 돈무앙 공항만 생각하다 보니 홍콩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첵랍콕 공항을 잊었던 것이다.

허걱~ 근데 또 밥을 준다. 2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면서 타자마자 밥을 주네 그려. 그래도 공짜니까 먹는다. 엄밀히 공짜는 아니지 뱅기 티켓에 포함되어 있는 거니까. 아까워서라도 먹는다 내가.

드디어 도착!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이 묘한 기분은 무엇일까?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입국심사가 끝나고 세관대를 지나고 환전을 했다. TC 100$에 4157B이다. 수수료가 43B이군. 환율이 별로 안 좋다. 쩝... 어쨌든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내내 불안했는데 공항에 들어서고 환전을 하고 태국 사람 하나, 둘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놓인다. 당당히 걸어서 출입문을 나서는데 '훅'하고 불어오는 더운 바람 때문에 나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었다. 그리고 공항버스 A2를 타러 갔는데 세상에 100B이나 하다니! 아무리 성수기라지만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인터넷에서 조사할 땐 70B이었는데...

카오산까지 오는 길에 나는 유주르라는 일본인을 만났는데, 이 사람은 고등학교 고전문학 선생님이란다. 그런데 나보다 영어도 못하고 태국에 대해 아는 것도 없어서 의지의 한국인 양효선은 다시 한번 자신감 충족!!

카오산을 조금 헤매고 우여곡절 끝에 홍익인간(방콕에 있는 한국인 숙소 둘 중 하나로서 사실 바람의 딸 한비야가 묵었던 곳이라 나는 좀 반가운 마음에 우선 여기를 찾았다. ^^)을 찾아가 제임스 아찌를 만났다. 인상부터가 좋은 아저씨였다. 어쨌든 정보를 얻기 위해 짠돌이가 80B 주고 라면을 시켰다. 유주르는 자기를 데리고 와서 숙소도 잡아주고 길도 찾아주고 어쩌고저쩌고 해서 자기가 내 것도 내겠다고 했지만, 그냥 더치 페이하자고 했다. 지금 생각하니 아깝다. ^^;

어쨌든 홍익인간에서 밥 먹던 찬효를 제임스 아찌가 소개시켜줘서 찬효를 따라 CH2에 120B주고 싱글룸을 얻었다. 근데 이 G.H 정말 실망이다. 그래도 하루밤이니까 내가 참는다. 그래서 오늘은 샤워도 안할란다. 낼 농카이 가면 해야지.

방을 잡고 나서 제임스 아찌 따라 죽을 먹으로 갔다. 골목 골목 들어간 어떤 길가였는데 첨이라서 한 개도 모르겠다. 금방 상경한 티 팍팍 내면서 이리 두리번 저리 두리번 한다고 찬효가 놀린다. 어린 자식이 누나를 놀려댄다고 나도 괜히 화난 척 해봤지만, 그래도 넘 잼있고 좋다. 내가 지금 방콕에 있다는 것 자체가 마냥 신나고 재미있다. 아찌는 죽을 먹고 우린 하이네켄을 돌려가며 마셨다. 맛있었다. 라오스를 돌아 다시 방콕에 오면 꼭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위에 구멍났을 때 1년 동안 죽먹은 생각하면 죽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하는 게 정상인데, 어찌된 게 난 지금도 죽만 보면 사죽을 못쓴다. 아이러니한 문제인 동시에 연구 대상감이다.

숙소로 돌아와 찬효와 유주르와 나는 내일 일정에 대해 의논했다. 얼떨결에 일행이 생긴 셈이다. 내일은 아침 일찍 출발해서 왕궁 주변을 보고 나는 농카이로 떠난다.

참, 오늘 공항에선 너무 긴장했는지 TAT(태국 관광청)에서 받아두어야 할 자료들을 못 받았다. 아깝다. 지도도 없는데... 거기서 받으면 대부분의 자료가 공짜인데...

근데 이 놈의 G.H는 무슨 이불도 없냐? 120B에 너무 큰걸 바랬나? 갑자기 BLANKET이란 단어가 생각나서 기내에서 받지 못한 담요에 대한 미련을 부추긴다. 흑흑..

엄마한테 잘 도착했다고 전화할래다 말았다. 내가 겁도 없이 여기 혼자 온걸 아시면 쓰러지시겠지? 멍게랑 같이 간다고 거짓말 쳤는데...

오늘 떠나기 전에 설 공항에서 학교에 전화를 했을 때 교감 선생님이 내신 문제로 약간 골치 아프게 됬다고 하셨는데 자꾸 걱정이 된다. 걱정된다고 다시 날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이번 여행은 모든 면에서 어렵고, 무리스럽고... 그렇게 시작된 여행인 만큼 나에게 최고로 가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A2버스 - 100B · 물 - 5B · 신라면 - 80B · GH - 120B


     
  [2000.12.27] 방콕 시내 구경과 한밤의 치한 - -;  써니 05·12·10 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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