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멍게한테 생일 축하 전화를 못한 게 맘에 걸린다. 박물관에서 4시간 보내고 버드와 저녁 먹고 나서 그의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오는 바람에 전화할 틈이 없었다. 미안하다. 멍게야~~. ^^;
새벽에 침대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왼쪽 손목이 삐긋했다. 에궁~~ 요샌 자꾸 악몽에 시달린다. 그것도 시리즈로 꾸는데 미치겠다. 발로 누군가를 차다가 그게 심해서 아래로 떨어진거다. 누구였을까? 나쁜 놈이겠지...
체크 아웃을 하고 큰 배낭을 G.H에 맡겨 놓고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언제나처럼 저놈의 시커먼 개는 골목을 지키고 있네. 한참을 째려보다가 그놈이 짖는 소리에 간이 철렁~!!! 그냥 나는 다시 빙 돌아 우회전법을 써본다. 터미널까지 오는 길에 어떤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거니는 모습을 보았다. 순간 나도 나중에, 지금보다 훨씬 나이가 많이 들은 후에 저렇게 사랑하는 사람과(결혼하게 되면 ^^;) 손잡고 여행다니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하긴 지금 당장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외롭긴 하지만...
터미널에 다 왔는데 갑자기 어떤 버스에서 뚱뚱한 서양 아저씨, 아줌마가 20명 정도 내리더니만 뚝뚝도 아닌 씨클로를 타고 다들 또 어디론가 향한다. 에궁~. 인간적으로 저거 너무 하네. 씨클로 아저씨들 비쩍 말라가지고 저 덩어리들을 끌 수나 있으련지.... 터미널 앞으로 씨클로 20대가 행진을 한다...
치앙센 버스에 오르자마자 버스가 출발한다. 왠일이냐? 정시 출발할 때도 다 있고. 근데 자꾸 하품이 나온다. 눈물이 나니까 다랫기가 난 오른쪽 눈을 닦을 때마다 쓰리다. 우쒸~~. 오늘 아침엔 콧 속에도 상처가 나 있었는데 너무 아프다. 겉은 멀쩡한데 자꾸 속으로 곪아가는거 같아 기분 나쁘다. 아프면 안 되는데...
치앙센에 도착했는데 버스 운전사 아저씨가 내가 내민 지도를 잘 못 봐가지고 엉뚱한 길을 가르쳐 주는 거다. 덕분에 거리를 30분이나 헤매고 도처에 폐허가 된 많은 stupa들을 본다. 여기도 불에 탄 건물, 저기도 불에 탄 건물, 여기서도 쓰러져가는 탑, 저기서도 쓰러져가는 탑... 온통 이 골목, 저 골목에 부서진 탑, 타버린 흔적들이 널려 있어서 이 탑이, 저 탑이고 저 탑이 이 탑 같고 헷갈린다. 눈에 보이는 게 이런 것들 뿐이어서 그런지 오래된 역사의 도시라는게 온 몸으로 느껴진다. 근데 어찌보면 좀 으시시하기도 하다. 귀신이라도 나올 듯한 음산한 분위기...
겨우 찾아간 'Wat chedi luang' 에는 다 쓰러져가는 본당 안에 불상이 있고 양철 지붕으로 비만 겨우 피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리고 이 chedi luang이라는 stupa는 700살이나 됬다는데 아닌게 아니라 탑꼭대기엔 철근으로 쓰러지지 않게 버팀목을 세워 놨고 온통 이끼와 잡초로 뒤덮여 있어서 살아온 세월을 말해주는 듯 했다. 이 모든게 전쟁의 흔적이라고 하니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쫙 퍼진다.
바로 옆의 national museum으로 발길을 옮긴다. 치앙센의 역사를 잘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를 전시해 놓았고, 메콩강을 둘러싼 주변 국가의 변천사도 함께 알 수 있었다.
치앙센에는 유사 이전 시대부터(약 13,000년 전) 사람이 살았다는 증거들이 메콩강 주변에서 많이 발굴되고 있으나 기록된 바가 없어서 확실하지는 않다고 한다. 기록된 바로는 치앙센에 타이 사람들이 정착해서 살게된 게 13C∼14C 무렵이라고 한다. 바로 바로 King 멩라이가 치앙라이를 세우고, 1296년에 치앙마이를 수도로 삼으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 때에 그의 큰 아들 'Saen Phu'가 바로 메콩강 주변에 자신만의 도시를 세우게 되었는데, 그는 흙으로 벽(일종의 성)을 쌓아서 도시의 구역을 정하였고 그 도시가 바로 그의 이름을 따서 현재의 치앙센이 되었다고 한다. 후에 맹라이 대왕이 치앙마이, 치앙라이, 치앙센과 그 밖의 여러 도시를 통일하여 'Lan na'왕국을 건국하게 되었고 덕분에 치앙센도 평화롭게 국경도시로서 번영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마얀마와의 전쟁으로 치앙센은 폐허가 되었고, 미얀마의 땅이 되었으나 1782년에 타이 왕국이 마얀마를 내쫓고 다시 치앙센을 되찾았다. 그리고 지금 치앙센은 치앙라이 주에 속하게 되었다. 아~~ 깨알같은 영어 설명을 일일이 읽으려니 눈알이 빠질거 같다. 정말 머리 아픈 역사 공부를 박물관에서 하게 될 줄이야... 어쨌든 치앙센은 역사적인 도시임에는 틀림없는데 아직도 의문인 것은 왜 어제 따지렉에 멩라이 대왕의 동상이 있었으며 태국은 왜 멩라이 왕조를 최초의 왕국으로 보지 않는가이다. 알면 알수록 피곤해지네. 쩝~~. 어쨌든 오늘 치앙센 와서 역사 공부 좀 했는데 영~~ 피곤하고 머리만 아프다.
다음은 성밖에 있는 'Wat Pa Sak'(일명 teak forest monastrey)으로 갔다. 전설에 따르면 king saen이 지었다는데 stupa 주변에는 teak 나무 300그루를 심었단다. 왜 심었지? 잘 모르겠다. 암튼 난 teak 나무가 그렇게 생긴 줄 오늘 처음 알았다.
슬슬 배가 고파와서 노점에서 닭다리 튀김과 찹쌀밥 한봉지를 사서 길가 벤치에 앉아 먹는다. 여전히 혼자 먹는 밥은 처량하고 민망하다.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며 처량함을 쫓아보려고 애썼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golden triangle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은 하고 가야할 거 같군. 조촐하다 못해 민망하기 짝이 없는 식사를 마치고 나는 mini bus를 타고 골든 트라이앵글로 갔다. 근데 주변엔 온통 shopping 꺼리들 뿐이구만. view point로 발걸음을 옮긴다. 헉헉~~. 숨이 차오른다. 아무래도 난 운동 부족이야. 에궁~~. ^^;
view point에서 내려다보니 강줄기가 Y자로 되면서 내가 서있는 곳은 태국, 왼쪽은 미얀마, 오른쪽은 라오스다. 그러고 보니 내가 치앙콕에서 후에싸이까지 보트 타고 나올 때 바로 이 길을 지나갔었는데 그땐 미처 몰랐던거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 사이로 흐르는 강과 미얀마와 라오스 사이를 흐르는 강이 만나서 태국과 라오스 국경을 가르는 큰 강줄기가 되는데 이른바 여기를 Golden triangle이라고 하는거다. 마약 밀거래가 이루어지는 곳, 그래서 세계 각국의 정신나간 젊은이들이 아편을 싼값에 구하기 위해, 아니면 한번쯤으로 호기심으로 해보기 위해 몰려드는 곳, 그곳이 바로 여기다. 아편을 제외하곤 아무런 볼거리도 할거리도 먹을 거리도 없는 이 곳에 말이다. 그런 삼각지대, 황금 삼각지대...
여기에서 보니 겉보기엔 태국이 젤로 삐까 뻔적하고 라오스가 젤로 못사는 것 같다. 하긴 엽서로 볼 땐 미얀마도 풀, 나무뿐이던데 오늘 보니 그새 카지노가 들어서고 금불상이 보기좋게 세워진게 꼭 보이기 위한 전시용품 같다. 그것도 꼭 강줄기 너머 태국 쪽이나 라오스 쪽에서 가장 잘 보임직한 곳에 세워놓아서 더 그렇다. 예전에 마카오 국경에서 중국쪽을 보았을 때 그 휘황찬란하던 불빛이 생각난다. 그 때도 여기가 국경 지방이라서 중국이 더 신경 써서 네온싸인 밝히나보다하고 생각했었다. 그런 과시욕... 사회주의 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과시욕... 왠지 난 그런게 느껴졌다.
암튼 라오스 쪽을 바라보니 또 그리워진다. 태국은 매캐한 연기와 소음, 밤엔 별도 없고... 라오스는 밤엔 불이 안 들어와도, 대신에 별이 많이 뜨고 보이는 모든 것이 정겹고 맑고 깨끗한데... 심지어 사람들마저도 너무 너무 순수한데... 이 강줄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구나.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아스팔트 포장도로지만, 바로 건너편에는 울퉁불퉁 패여진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이다. 흙먼지 날리는 그 길이 그래도 더 좋았는데... 에궁~~. 오만가지 궁상을 다 떨다가 골튼 트라이앵글 기념 티셔츠 하나를 100B에 구입하고 다시 치앙센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그런데 이 놈의 버스가 죽어도 안오는거다. 그래서 소위 hitch라는 걸 시도해 본다. 어라? 첫판에 차가 서네. 시원한 에어컨 나오는 운전석 옆에 앉아서 치앙센 버스 station까지 오는데 음~~ 이 만족감! 허걱!! 그런데 내리려는 순간 이 할아버지 20B을 내란다. 이런~~. 히치했다고 좋아하다보니 그게 아니였다. 화딱지가 나서리... 그냥 나는 10B만 주고 내렸다. 그래도 좋은지 할아버지 그냥 가신다. 그 할아버지 입장에선 꽁돈 생긴거니까 그럴만 하겠다. 정말 hitch는 아무나 하나? 미모 하나면 될 줄 알았는데... 아쉽군. 이 미모가 돈 밝히는 인간 앞에선 안 통하다니...
버스에 오르기 전에 다시한번 메콩강을 바라본다. 저 물줄기가 티벳의 히말라야 산맥의 눈이 녹아서 된 것들이란 말이지? 그리고 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장장 4,200km를 흘러서 베트남의 메콩 델타에서 끝난단 말이지? 세계에서 12번째로 긴 강이며 10번째로 넓은 강! 인도 차이나 반도의 모든 국가의 생명줄과도 같은 강을 넋빠지게 바라본다.
다시 치앙라이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너무 많이 걸어서 피곤했는지 단잠에 빠져 들었다. 어쩌려고 이쁜 것이 아무데서나 잤더란 말인가??? ^^
뚝뚝 아저씨와 흥정을 한다. G.H 까지 갔다가 다시 버스 터미널로 돌아오는데 30B하자고... 한참을 된다, 안된다 하다가 OK한다. 원래 편도 20B인데 뚝뚝이 아저씨 G.H 까지 갔다가 혼자 돌아오면 그나마 10B도 못 버니까 내가 왕복 30B이면 수지 맞는거라고 계속 꼬셨기 때문이다. 암튼간에 여행와서 양효선 흥정맨 다 됬다.
G.H로 돌아와서 배낭을 찾아가지고 다시 터밀널로 향했다. 치앙마이로 가는 TICKET을 사려고 하니 에어컨 버스가 full이란다. 이런~~. 할 수 없이 non-에어컨 버스를 77B주고(에어컨 버스보다 무려 60B이나 싸다. ^^) 타기로 한다. 모두들 non-aircondition bus는 좁고 불편하다고들 해서 잔뜩 걱정했는데 이미 라오스의 jumping truck에 적응된 나로서는 이건 리무진이다. 물론 사이가 비좁고 의자가 불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견딜만 했다. 3시간 30분쯤이야... 그리고 밤이라 추워서 그런지 에어컨이 필요 없었다. 오히려 돈 번 느낌이다. ^^
오는 동안엔 옆에 앉은 노르웨이인 애런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왔는데 이 사람이 좀 웃긴다. 보통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는 어디가 좋고, 어디는 나쁘며 어디 가면 무얼 꼭 해보라는 둥 그런 얘기를 하는게 일반적인데 애런은 내가 korean이라고 하자 대뜸 한다는 소리가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받을 걸 축하한단다. 일단 고맙다고는 했는데 약간 벙진다. 나와 김대중하고 무슨 상관이지?? 내가 이상한건가? 그가 이상한건가?
암튼 그 외에도 그는 통일에 대한 나의 견해, 나의 job에 대한 가치관 같은 걸 쉬지 않고 물어왔다. 기자라서 그런지 완전히 직업병이다. 꼬치 꼬치 캐묻는 것도 아니고, 취조받는 기분이 들었다. 좀 자고 싶은데 자지도 못하고 이 사람과 얘기하느라 중간 휴게소까지 오는 2시간 동안 진땀 뺐다.
휴게소에서 나는 카스테라와 귤 1kg을 사서 먹었다. 음~~. 바가지가 장난이 아니다. 이런 걸 두고 매점매석이라고 하나? 우린 모두가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비싸다고 느끼면 굶는 수 밖에 없으니까...
다시 치앙마이로 버스가 출발한다. 이번엔 애런에게 양해를 구해서 자리를 옮겼다. 3인용 의자를 혼자서 다 쓰니까 좋다. 히히... 생각해보니 이정도 거린 에어컨 버스 궂이 안타도 되겠다. 음~~ 60B만 벌었네.
모두들 치앙마이는 'The rose of northern Thailand'라고들 한다. 하지만 난 그런거는 잘 모르겠고 라오스에서 만났던 지연 王 언니가 치앙마이의 night bazzar를 초강력 추천했고 또, 예전에 치앙마이의 도이수텝이 멋지다는 자료를 읽은 기억이 나서 무작정 가보는 거다. 아니면 그냥 방콕으로 가는 건데... 어쨌든 가이드 북도, 지도도 없어서 좀 걱정이 된다. 이번 여행에 가이드 북을 안 가져온 건 나에게 플러스 요인이 되기도 하고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짐도 가벼워지고, 잘 몰랐기 때문에 알아가면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도중에 얻는 소중한 것들이 있는 반면에 고생이 좀 심하고 첨엔 좀 겁이 난다는 거다. 많이 아는 만큼 보인다고도 하고 많이 알면 재미가 반감된다고들도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여행은 많이 몰라서 힘들고 재미있다. ^^
치앙마이에 드디어 도착했다. 으리으리, 삐까뻔쩍! 치앙라이보다 더 하다. 굉장한 소음, 자동차 매연! 너무 늦어서 선택의 여지도 없이 나는 그냥 애런을 따라 나선다. 맘 속으로는 이 남자를 믿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정말 피곤하고 지쳐서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애런은 예전에 치앙마이에 왔을 때 묵었던 숙소가 있는데 거길 가잔다. 지금 터미널 부근은 너무 비싸다며 그 돈이면 자기가 아는 숙소에서 3일은 지낼 수 있단다. 그래서 그곳까지 택시를 잡아타고 가는데 진짜로 머~얼다. 돈을 지불하고 찾아간 숙소는 'chiang mai inn'인데 아파트 형식의 room을 150B에 계약했다. 더블 룸인데 Ben G.H보단 시설도 별로면서 값은 더 비싸다. 더 기가 막힌 것은 hot shower가 안 된다. 하고 싶은면 1층 공동 욕실을 사용하란다. 완전히 배째라다. 별수없이 공동 욕실에서 샤워하고 나니까 벌써 10시 30분! 오늘은 아무것도 못하겠다. 지리도 모르는데 night bazzar는 고사하고 바로 앞에 편의점도 못 가겠다. 걍 잠이나 자자.
·벤 G.H - 417B · 치앙센 버스 - 25B
·치앙센 국립 박물관 - 30B · 엽서 - 10B
·점심 - 25B · 골든 트라이앵글 왕복 - 20B
·치앙라이 버스 - 25B · 티셔츠 - 100B
·뚝뚝 - 30B · 치앙마이 버스 - 77B
·저녁 - 24B · 택시 - 30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