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 이 동네가 환락가인가? 무신 놈의 가라오케가 이리도 많은지... 밤새 게이 오빠(언니)들이 난리 부르스를 추는 바람에 잠만 설쳤네. 새벽 6시가 다 되어서야 가라오케의 향연은 끝이 났다. 에궁~~. 근데 이건 또 뭐야? 비둘기가 내 방 4층 창가에 와서 '구구'거리는데 미치겠다. 잠도 못자고... 체크 아웃하고 그냥 방콕으로 가버릴까? 참, 체크 아웃하고 싶어도 돈이 없구나. 환전부터 해야겠다.
음~` 환율이 자꾸 떨어지고 있다. 처음 방콕에서는 10,000엔이 3661B어었는데 오늘은 3628B뿐 안 준단다. 그래서 5,000엔만 바꾼다. 제발 올라라~~.
G.H로 돌아와보니 애런이 수코타이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난 어떻게 할까? 도이수텝보고 오후에 방콕으로 갈까? 아니면 내친 김에 NIGHT BAZZAR까지 보구 내일 갈까? 갈등 땡긴다. 어쨌든 터미널로 가서 bus time table이나 알아봐야 겠다. 어제처럼 full이라고 하면 도리없으니 예매라도 해둬야지.
애런과 같이 뚝뚝을 타고 가는데 갑자기 친구가 그립다. 혼자하는 여행이 때론 스릴있고 재미있지만 지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누군가가 그리워지면 혼자 있다는 게 정말 싫어진다. 터미널에서 버스 시간을 알아보는데 10시 30분에 방콕행 VIP버스가 있단다. 오늘 하루 동안에 있는 에어컨 1등 버스나 2등 버스는 모두 만석! 그렇다면 가능한 버스는 이것 뿐이란 말인데... 이런, 30분밖에 안 남았네. 에라~~ 모르겠다. 방콕에 가면 누군가 만나지겠지.
무앙씽에서 후에싸이로 나올 때 400B 때문에 하루 종일 고민한거 생각하면 갑자기 우스워진다. 단 몇초만에 403B짜리 VIP버스를 끊어버리다니... 사람이 때로는 단순해질 필요가 있겠구나. 근데 VIP버스라 다르긴 다르다. 얼마전에 대학원 셤보러 갈 때 공항에서 만난 선배 언니가 일반석을 일등석으로 슬쩍 바꿔주던데 그 때 그 넓은 자리에 앉아서 내가 얼마나 감격했던가? ^^; 근데 지금 이 VIP좌석이 바로 그 일등석 자리랑 똑같다. 우하하~~. 역시 돈 줄만하네. 의자가 뒤로 홱 180도 젖혀진다. 다리도 쭉 뻗을 수 있고, 음~ 목받침대가 다 있네. 여기서 목받침대라함은 U자 모양으로 생겨가지고 목을 저 안에다 대고 뒤로 젖히면 무쟈게 편리한 도구를 말한다. 내 앞자리가 비어서 나는 그 자리의 받침대까지 가져와서 하나는 허리에다 대고, 하나는 목에다 대었다. 근데 목에다 그걸 끼고 있으려니 영락없이 칼을 쓰고 앉은 춘향이다. 이도령만 있으면 되는데... 부디 다음 여행엔 이도령과 함께였으면 좋겠다. 아니면 방자라도... 그러면 오늘 아침처럼 가지고 온 사진 온통 다 꺼내놓고 한참동안 궁상 안떨어도 좋잖아. 암튼 주위를 둘러봐도 다 성춘향이군. 웃음이 나오는 걸 겨우 참았다. 내 옆에 여잔 긴머리까지 풀어헤쳐서 더 가관이다. 저기다 하얀 소복만 입으면 딱인데... ^^;
버스가 출발한다. 드디어 방콕으로 가는구나. 방콕에 가서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반드시 만날 사람도 없는데 괜시리 맘이 설렌다. 가면 젤 먼저 라면 먹어야지. ^^ 라오스나 태국 음식에 잘 적응하고 있지만 그래도 젤로 그리운 건 한국 음식! 아쉬운데로 라면을 먹는거다. 그래도... 우헤헤~~ 생각만해도 좋아라.
조금 있으니까 차장 언니가 빵 2개와 얼음 탄 콜라를 준다. 줄라면 좀 많이 주던가, 이거 순 얼음뿐이구만.
설레임도 잠시~~ . 대낮에 차안에 가만히 앉아 창밖만 멀뚱멀뚱 쳐다보려니 이거 영~~ 몸이 근질근질하다. VIP 2층 버스라서 시야는 확 트인게 좋지만 도대체 이 백주대낮에 잠도 안오고 미치겠다. 누군가가 장거리를 이동할 땐 될 수 있으면 밤버스 타라고 하던데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이건 완전히 시간 버리고 몸 버리는 거다. 밤이면 잠이라도 자지, 지금 이 벌건 대낮에 도대체 뭘 하란 건지... 내가 태국말만 잘 했어도 옆사람과 말이라도 할텐데 미치겠군.
뻥 뚫린 고속도로를 버스는 잘도 달리다가 3시간 후 어떤 휴게소에 내려서 밥을 먹으란다. 지난번에 우던타니행 에어컨 1등 버스는 10B짜리 티켓 주던데 그래도 오늘은 20B짜리다. 덮밥을 먹을 수 있겠네. 거기다 5B을 더 내 계란 후라이를 얹어서 맛있게 비벼 먹구 다시 차에 타니 또 할 일이 없다. 쩝. 음~ 근데 또 콜라 서비스를 주네. 비싼 차라 정말 좋긴 좋구나. 얼음만 빼면... 그 후에도 얼음 잔뜩 탄 콜라는 한번 더 마실 수 있었다. 이 더운 나라에서 10시간 버스타는데 이 얼음들은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지 참 궁금해질 지경이다.
5시 30분이 되자, 그러니까 치앙마이를 떠나 7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비디오를 하나 틀어준다. 아마도 저 비디오가 끝날 때쯤엔 방콕에 도착할 모양이다. 근데 예고편에 '용가리'가 나오는거다. 아는 사람 만난 것처럼 괜히 반가운 마음이 다 든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저것도 영화냐며 씹었었는데, 여기선 옆에 사람한테 나 저 영화 안다고 자랑치고 싶어질 만큼 반가웠다.
음~~ 그건 그렇고 내가 저 태국 영화를 어떻게 알아듣냐고... 그냥 나름대로 추리하면서 이해할 수 밖에. 앗! 그런데 저건 임지령이잖아. 쟤가 왜 태국 영화에 나오지? 암튼 아는 사람 나오니까 괜히 기분은 좋네. 아마도 옛날에 정우성이 홍콩 영화에 출연했을 때 목소리 더빙을 홍콩 배우가 했던 것처럼 임지령도 태국 성우가 더빙한 것 같다. 영~~ 소리와 입모양이 맞지 않는다. 그래도 잘 생기니까 용서가 되는 건지, 뭘해도 멋지긴 하다.
이 영화의 내용인 즉, 임지령네 누나가 어떤 칼맞은 남자를 치료해 주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 남자의 라이벌쯤 되는 놈이 이 여자를 농락하려하자 그녀의 엄마가 그걸 제지하다가 죽게 된다. 이에 임지령이 복수의 칼을 갈며 조직에 가담하게 되고... 그 원래 칼 맞았던 사람은 다 나았는데 그 라이벌이배신을 하는 바람에(원래 칼맞은 남자와 라이벌은 같은 조직에서 넘버 원, 넘버 투하는 사이다.) 다시 칼을 맞게 된다. 그러나 역시 주인공인지라 빨리 죽지는 않고, 다 나아서 임지령과 함께 복수를 한다. 그런데 ENDING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복수를 끝내고 둘 다 죽어 버린다. 허무하다. 근데 이 장면에서 이 버스 안의 여자들이 갑자기 여기 저기서 훌쩍이고 난린데 칼을 쓰고 앉아서 훌쩍이는게 난 왜 그렇게 웃긴거냐?? 혼자 킥킥대다가 좀 민망해졌다.
비디오는 그렇게 끝나고, 그로부터 30분이 더 지나서야 방콕 북부 터미널에 도착한다. 아~~ 이 활기 넘침이여! 반기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나는 재빨리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잡아탄다. 이제 40분 후면... ^^
자창 아줌마 카오산 다왔다며 내리란다. 지난번 떠날 때와는 반대쪽에 내려주었기 때문에 나는 한참동안 길을 헤맸다. 카오산 거리를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것도 히죽 히죽 웃으면서. 근데 나 왜 웃었지? 무엇이 그리 좋은지도 모르면서 나는 계속 히죽거리며 거리를 걸었다. 금방 아는 사람이라도 튀어나와 반갑게 인사를 해줄 것만 같은 착각에 휩싸이면서...
홍익인간을 들어서며 큰 소리로 인사한다. "다녀왔습니다!!!" 어~~ 근데 사람들이 다 바뀌었네. 아는 사람 하나 없는데 나 혼자 들뜬 기분에 큰 소리로 인사를 해버려서 좀 쪽팔려졌다. 하긴 내가 떠나고 다시 돌아온지 보름도 더 지났는데...
얼른 라면을 주문하고 후루루룩~~ 쩝쩝... 음메, 쥑이는거. 앗! 그런데 너무 급하게 먹었는지 반도 먹기 전에 배가 꽉 차오네. 아이고~~ 이게 월매만에 먹어 보는 김치인데 이걸 앞에다 두고 벌써 배가 불러오냔 말이다.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북한에서라면 인민재판에라도 회부될 만한 사건이며,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는 가진 자의 거드름에 가까운 만행이다. 결국 나는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다 털어 넣는다. 배가 찢어질 듯이 아파온다. 지독한 놈! 내가 생각해도 난 참 지독한 인간이다. ^^;
시간을 보니 10시! 다른 G.H 찾아나서기도 너무 늦은 시간이고 해서 그냥 오늘은 여기에서 묵기로 한다. 홍익인간 잠자리는 모 별거 없다. 하루 40B하는 숙소가 별거 있는게 더 웃긴거지. 우리 집 거실 1/3 만한 곳에 이불도 없이 사람들이 잠을 청한다. 그러니 멍게가 돈을 더 주면 더 줬지 죽어도 이런데서 못 자겠다고 난리를 피우지. 에궁~ 근데 오늘따라 여자 손님이 왜 이리 많냐?? 10명도 넘네. 이불 하나 없는 그 좁은 방에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을뿐더러 불구덩이 옆에 두고 자는 것 같아서 들어가도 싫다. 쩝...
잠자기를 포기하고 일기를 쓰고 있으려니 커다란 배낭을 메고 누군가가 다시 홍익인간의 문을 두드린다. 호찬오빠! 그가 라오스에서 금방 도착했다. 나와는 반대 코스로 북부에서부터 남부로 내려와 오늘 국경을 넘고 다이렉트로 방콕까지 왔단다. 호찬 오빠와 라오스 여행 얘기를 하면서 나는 다시 기분이 차차 UP되기 시작한다.
·치앙마이 G.H - 150B ·뚝뚝 - 25B ·방콕행 버스 - 403B
·아침 - 18B ·방콕 시내버스 - 12B
·라면 - 80B ·인터넷 - 30B ·물 - 5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