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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27] 방콕 시내 구경과 한밤의 치한 - -;
 써니  | 2005·12·10 00:05 | HIT : 3,348 | VOTE : 590 |
7시에 알람을 맞춰놓았지만 6시 30분에 자동으로 눈이 떠졌다. 세수하고 짐 정리하고...오늘 일정을 머리 속에 그려본다. 적어도 6시까진 카오산에 돌아와야 북부터미널로 갈 수 있을텐데...

세수를 하면서 밖을 내다보았는데 야자수 잎사귀가 보이고 예사롭지 않게 생긴 탑도 보이고 집(?)도 보인다. 태국은 도시 속에 정글인지 정글 속에 도시인지 모르겠다. 정글은 과장이지만 그만큼, 빌딩과 집 사이 사이에 커다랗고 푸른 나무들이 많이 있다. 홍콩이 개발, 개발로 인해 점점 황토색이 되어가고 있다면 여기 태국은 아직 녹색을 지니고 있어서 좋다. 이게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지만...

8시에 숙소를 나와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유주르의 방에 가방을 맡겨두고 간편한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싸남루앙이라는 큰 운동장 같은 곳을 찾아가는데 차들은 많고 횡단보도는 없고 해서 정말 황천갈뻔 했다. 다행히 어떤 태국 아줌마 몇 명이 무단횡단을 하길래 거기에 묻어서 그 넓은 길을 3번이나 건넜다. 한번만 건너도 될 것을 애초에 길을 잘못 들어서 그렇다. 암튼 용감하게 몇 번 무단횡단하고 나니 길건너기에 자신감(?)이 생긴다.

겨우 도착한 국립 박물관은 9시부터 개장한다고 해서 조금 기다려야 했다. 9시가 되어서 매표소에 돈을 주니까 시계를 가리키며 화를 낸다. 지금 8시 50분이라나...헉! 어제 홍익인간 시계보고 맞췄는데 10분이나 빠른거였다. 별수 없이 10분을 기다리고 입장을 하였으나 9시 30분에 무료 영어가이드 투어 해준다고 해서 또 기다렸다. 무료라는 말만 듣고 좋아했지만 어찌하여 나는 영어가이드란 말에 대해선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려니까 어떤 백발 노인이 아니고 아줌마가 나타났는데 독일인이라서 발음 알아듣기가 좀 까다로웠다. 제대로 된 영어도 알아들을까 말까한데 그 아줌마 설명 들으려면 온몸의 기가 머리와 귀로만 쏠린다. 정말로 2시간 동안 그 아줌마 따라다니면서 머리에 쥐 날뻔 했다. 근데 태국의 전통 악기나 장신구 등 생활모습을 볼 수 있는 본 전시관은 안 가고 자꾸 돌덩어리(사실 이건 여러 형태의 불상들이다. ^ ^;)가 있는 별관만 가는 거다. 그리하여 결국 난 2시간 동안 힌두이즘과 부다이즘에 대한 장황한 강의를 어려운 독일식 영어로 받은 셈이다.

강의 내용은(물론 내가 이해한 바가 맞다면) 대충 이렇다. 힌두이즘과 부다이즘은 인도에서 발생하였고, 두 종교가 태국으로 전파될 때 시기적으로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태국 사원에는 탑이나 부처상들이 대부분 힌두이즘의 영향을 받은 모습이 엿보이는데 이것이 참 재미있는 점이다. 비슈뉴나 브라마와 같은 힌두신들이 모두 부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태국의 부처상들은 또아리를 튼 뱀 위에 앉아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뱀이(나가인가? 기억이 가물거리네...나가가 맞는 것 같다.. ^ ^) 명상하는 부처를 보호하는 거라고 한다. 또 얼굴이 4개인 브라마상도 동·서·남·북을 지키면서 부처를 보호하는 거라고 한다. 그러니까 결국 태국에서는 불교가 힌두교보단 우위를 차지한다는 의미인데...확실하지는 않다. 왜냐? 50%는 알아듣고 50%는 추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 ^; 영어공부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들이었다. 그래도 이만큼 주워들은 것도 거의 기적에 가깝단 생각이 든다. 어쨌든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서 기쁘고 짧은 나의 영어 실력이 한스러울 뿐이다.

별관 투어가 끝나고 나서 본관 투어를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굉장히 화가 났다. 그래서 나는 투어가 끝난 후 나보다 영어 투어에 더 진이 빠진 유주르를 남겨두고 본관 전시실을 혼자 돌아 보았다. 그런데 잔뜩 기대했던 거와는 달리 실망이다. 본관 전시실의 무기나 악기, 도자기, 의류 소장품 등을 보고 난 후에야 나는 '음, 강의 듣기를 잘 했군.'이란 생각이 절로 드는거다. 세상에~~. 별것도 없으면서 국립 박물관이라니...

박물관을 나와서 사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고 옆의 타마삿 대학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학교는 그다지 크진 않았지만 교복이 참 인상적이었다. 흰색 셔츠에 검정색 치마나 바지... 참 깨끗하고 예뻐 보였다.

겨우 학생 식당을 찾아갔다. 거기에서 애들 하는 거 보고 따라 했는데, 내 생각엔 그게 돼지고기 덮밥같다. 거기에다 나는 계란 후라이를 하나 추가했더니만 유주루는 15B이고 나는 20B란다. 계란 하나 추가에 5B이라니... 음~~

근데 먹을만 한 게 태국 음식이 체질에 맞나보다. 속으로 뿌듯! 근데 유주루는 바보같이 느타리 버섯이 섞여있는 이상한 야채를 시켰는데 한번 먹고 더 이상 수저를 들지 않는 FORM이 아마 팍취를 먹은 모양이다. 푸하하! 그렇게도 사전 지식이 없더란 말인가? 유주루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내 자신이 스스로 너무 대견스러웠다.

다음 코스는 왕궁과 에메랄드 사원이지만 시간관계상 왓포와 왓아룬을 가기로 했다. 아마도 아까 박물관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한 탓인거 같다. 강변 쪽의 시장도 구경하고 왕궁 벽을 따라 왓포로 가는데 아니나다를까 왓포가 멀다고 자꾸 툭툭 타라고 꼬신다. 멀긴 머시기가 멀어?! 벌써 다 왔고만.

왓 포! 와~~ 크다! 불상이 정말 크다. 그것도 금을 입힌 와불! 사진으로 봤을 땐 실감나지 않았지만 직접 경내를 돌며보니 이거 진짜 장난이 아니다. 와불도 보고 사원을 한바퀴 돌면서 라마 1∼4세 탑에서 사진도 찍고 보리수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어보기도 하고 본당에도 잠시 들어가 앉아 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왓 아룬을 향해 떠났다. 배를 타고 가면서 본 왓 아룬은 참 멋있게 보였다. 사실 왓 아룬의 의미는 새벽사원이니까 지금은 시간상으로 적절한 때는 아니지만 그래도 멋있는 건 멋있는 거다. 하지만 올라갈 수도 없는 탑을 20B이나 주고 들어왔으니 곧 실망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이럴수가...

결국 사원엔 올라가지도 못하고 다시 FERRY를 타고 타티엠 선착장으로 가서 6B주고 프라아팃 선착장까지 갔다.

앗, 그런데 문제 발생! 하루종일 걸어서 피곤해 죽겠는데 카오산 가는 길을 도통 찾을 수가 없는거다. 결국 2시간이나 헤맨 끝에 물어 물어 겨우 도착했다. 정말 죽고싶어라! 결국 카오산에 도착하고 유주루에게 가방을 찾고 나서야 오늘의 도보여행은 끝이 났다. 정말 힘든 하루였다.

나는 곧장 홍익인간으로 가서 농카이로 갈 정보를 모았다. 하지만 머찟마이(북부터미널)로 가려면 12번 에어컨 버스를 타야 한다는 정보만 겨우 얻을 수 있을 뿐이었다. 원래 그건 나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9시 30분에 있다던 농카이로 가는 막차를 타려고 했기 때문에 나는 6시 30분이 되어서야 카오산을 출발했다. 근데 어디가 어딘지 알아야지...

터미널이 종점인지 알았으면 피곤한데 잠이나 자둘걸. 괜히 긴장해 가지고 힘만 더 들었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사람들이 뛰는 방향으로 함께 뛰었다. 허걱! 8시 현재 농카이행 버스는 FULL이란다. 어쩔 수 없이 우던타니행 9시 10분 버스 티켓을 예매하고 기다렸다. 근데 이 놈의 버스가 죽어도 안 오는 것이다. 너무 배고프고 지쳐서 죽겠는데 매케한 연기, 시끄러운(사실 못 알아들으니 소음일 수 밖에...) 사람들 말소리. 기절할 지경이다. 9시 10분이 지나도 버스가 안 오자 다급해져서 옆의 아줌마한테 우던타니를 외쳤더니 자기도 그거 탄단다. 티켓을 비교해보니 나랑 같은 버스다. 와~~ 살았다. 이제 이 아줌마만 따라가면 되겠구나. 음하하~~~

결국 우리 버스는 9시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고 아까 전부터 아줌마랑 얘기하던 파키스탄 남자가 다른 버스 자리를 구해왔다. 사실 그 버스는 322B주고 타기엔 너무 돈 아까운 버스였다. 에어컨 1등 버스라지만 낡고 냄새나고 너무 자주 세우고 안 좋은 건 다 갖춘 버스다. 그래도 어쨌든 버스 한번 타보지도 못하고 카오산으로 돌아갈 뻔 한 나를 우던타니행 버스에 태워준 이 파키스탄 남자가 고마워진다. 버스에 타니까 차장 아줌마가 비스켓 2조각하고 얼음 탄 콜라 한 컵을 준다. 쳇! 차기다리느라 밥도 못먹었는데 너무 하는군.

근데 이 놈의 에어컨 바람 장난이 아니다. 무식하기가 하늘을 찌를듯하다. 추워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잠을 청해본다. 한참 후에 누가 몸을 더듬는거 같아서 깜짝 놀라 깨어났더니만 글쎄 이 믿었던 파키스탄 놈의 새끼가 내 몸을 만지고 있는거다. 이 싸가지 없는 놈의 새끼가!!!

"싫어, 너 뭐하는 거야?" 하고 쏘아붙여 주었더니 이놈 대답이 더 가관이다. 내가 추워보여서 그랬다나? 에궁, 버스에 태워준 게 너무 고마워서 내가 잠시 방심했나 보다. 그때부턴 잠도 못 자고 신경이 곤두설대로 곤두섰다. 할 수 없이 이 놈과 얘기를 하며 장장 9시간(그중 2시간은 잤고) 걸려서 우던타니까지 왔다. 오면서 이 놈이 또 수작을 거는거다. 결혼했냐? 남자친구 있냐? 혼자 여행하기 무섭지 않냐? 등등. 잠시 망설이다가 남자 친구 있고 돌아가면 2월에 결혼할거라고 해줬더니 왜 혼자 여행왔냐고 끈질기게 물어본다. 그래서 너가 알필요 없다고 한번 더 주지시켜 줬더니 한다는 소리! 여행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남자와 자봤냐는 거다. 이 놈의 새끼가 진짜?! 오늘 피를 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절대 NO! 라고 못박고 귀찮다는 듯이 창 밖만 뚫어지게 봤다. 아~~자고 싶어라. 미치겠다. 우여곡절 끝에 우던타니에 도착하고 뚝뚝을 타고 농카이로 가는 로컬버스 터미널에 갔다. 거기서 어떤 아줌마가 BUS FEE가 21B이라는 정보를 알려준다. 그러면서 차장 녀석이 더 내라고 해도 내지 말라고 한다. 고맙다고 하고 생각해 보니 차장이 외국인인 줄 알면 더 받으려 하기 때문인 걸 깨달았다. 음~ 역시 착하게 생기고 봐야되. ^ ^; 아줌마들이 처음 보는 나를 다 도와주잖아? 하긴, 어젯밤엔 너무 이뻐서 곤욕을 치뤘지만...^ ^;(이쁘다고 한건 파키스탄 놈이 한 말이다. 이 새끼가 주소 갈켜 달라고 했지만 나 그런거 안 키운다고 잘라 말했다. 이쁜게 죄다...)

버스에 오르자 마자 이 아줌마 아예 내게서 21B을 빼앗아 자기가 직접 낸다. 아마도 내가 불안해 보였나 보다. 1시간 조금 더 걸려 오는데 오는 길은 그냥 별거 없다. 제주도 서부산업 도로변처럼 들판과 나무가 전부다. 간간이 학교가 보이고... 마음이 다시 안정되기 시작한다.


·국립박물관 - 40B ·점심 - 20B ·음료수와 물 - 10B ·왓포와 왓아룬 - 40B

·FERRY 2회 - 4B ·티슈 - 17.5B ·시내버스 - 12B ·우던타니행 버스 -322B

·사발면 - 2B(WITH TICKET) ·농카이행 로컬버스 - 21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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