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한시간 간격으로 계속 눈이 떠진다. 입에는 여전히 호루라기가 물려 있고, 옆방 소리에도 신경이 쓰이고 양초는 모두 타 없어지고...
밤새 무서워서 혼났다. 느즈막히 무앙씽으로 가려 했으나 잠도 설치고 새벽부터 chiness local music이 울려퍼지고 주인 아줌마, 아저씨가 싸우는 바람에 얼른 체크 아웃하고 나와 버렸다. 그랬더니 어느 틈에 호주인 부부도 따라 나온다. 동작 한번 쥑이게 빠르다. 어느 틈에 짐을 다 싸고 나온거지? 불가사의한 부부다. 어쨌든 우린 또 함께 버스 스테이션을 찾아갔다.
제이미에게 가이드북이 있어서 난 여길 따라붙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쩌자고 이 험한 곳까지 오면서 가이드북 하나 가져올 생각을 못했을까? 완전히 무대뽀 정신이다. 첫 버스는 8시에 있었는데 우리가 갔을 땐 입추의 여지도 없이 full이었다. 근데 관광객은 하나도 없다. 모두 현지인인데 이 사람들이 이 새벽바람부터 왜 무앙씽까지 가는 걸까? 무앙씽은 여기보다도 더 오지인데... 그 곳에 여행을 가는 차림들도 아니고... 수수께끼 같은 사람들이다. 어쩔 수 없이 간단히 요기를 한 후에 우리는 9시 버스에 오르기로 했다.
터미널이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한 그 곳에 조그만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그 곳에서 난 바게트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 즉석에서 따끈한 바게트 배를 가르고 양파, 상치, 오이, 토마토를 조금씩 썰어 넣고,(좀 많이 넣으면 어디 덧나는지, 꼭 2조각씩만 넣는다. 야속하게...)김이 모락 모락 나는 삶은 달걀을 까더니 그것도 반만 잘라서 넣고 꼭 멸치 다시다 같이 생긴 이상한 소스를 뿌리더니만 다 됬단다. 보기에는 정말 먹음직스럽지 않게 생겼지만 정말 맛있었다. 먹어야 산다는 집념이 한 몫 하기는 먹는다. 우리 나라 바게트처럼 딱딱하지도 않고 먹었을 때 입안에 상처나는 일도 없다. 그냥 바게트처럼 생긴 길다란 빵일 뿐이다. 근데 아무리 프랑스 식민지 영향이라고 하지만 이 산골 마을에까지 이렇게 바게트 빵이 보편화되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금방 완성된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은 후 버스에 올라 일치감치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남타에서 후에싸이로 가는 버스 시간 알아보는 것을 까먹었다. 다시 내려서 확인해 보고 싶지만 그랬다간 이 무지막지한 현지인 아줌마들한테 자리를 빼앗기게 생겼으니... 될대로 되라고 생각하며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무슨 수가 생기겠지...
9시 정시 출발! 여행와서 정시에 출발하는 차는 처음 타본다. 세상에 그것도 라오스 북부 오지 마을에서 말이다. 안개 낀 마을을 버스가 천천히 벗어난다. 도로는 정말 폭탄 맞은 길 그대로다. 그나마 포장도로는 이가 빠진 것처럼 울퉁불퉁하고 비포장도로는 우기 때 길이 패인 채 그래도 굳었는지 바퀴 자국 그대로 완전히 jumping bus다. 점프했다 내려올 땐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내려올 때 한번 손을 번쩍 들었다가 내려본다. 차마 소리는 지르지 못했지만... 제이미와 아미타가 웃으면서 자기들도 따라해 본다. 에버랜드 갈 필요 없다. 여기서 10년치 롤러코스터 다 타고 가니까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에 무리가 온다. 떨어질 때마다 허리에 충격이 가는지 자꾸 아파온다. 준비해간 쿠션용 튜브를 허리에 대고 앉으니 좀 참을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Muang Xing에 도착했다. 2시간 30분만에 도착한 이 곳은 생각보다 그렇게 깡촌은 아니다. 음~~ 근데 계속 나한테서 원숭이 연고 냄새가 난다. 아마도 차안에 가득했던 냄새가 내게도 베어 버린 것 같다. 이 곳 사람들은 원래가 차를 안타는지, 하긴 나다닐 곳이 없으니 탈 필요가 없기도 하겠지만, 차에 탔다만 하면 죽을 상을 하고 멀미를 한다. 뾰족한 멀미약도 없고 해서 파스를 머리에 붙인다거나 원숭이 연고를 코밑이나 이마, 목 등에 마구 마구 바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덩달아 나도 멀미가 가중된다. 내 옆에 앉아있던 아줌마도 그걸 계속 발라댔는데 덕분에 내 옷에도 그 냄새가 완전히 베어 버렸다. 윽~~끔찍해라. 이 냄새 정말 머리 아프다.
근데 생각해보면, 더 웃긴 건 차안에서 내가 젤로 거지같은 꼴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오늘 아침엔 이빨도 못닦고 바가지 물에 고양이 세수를 한 터이고, 입고 있는 옷은 6년된 대학교 츄리닝 바지(그나마 울 아빠 담뱃 불똥으로 구멍이 뚫린)와 5년된 단추 떨어진 체크 남방, 동생이 신다버린 운동화를 4년째 계속 신고 있는 형상이다. 그러니 꼴이 거지꼴 그 자체다. 그리고 이틀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먼지만 왕창 뒤집어 썼으니 가관일거다. 그러니 현지인 냄새가 어쩌니 저쩌니 타령할 처지가 못된다. 그들도 나를 보며 정말 한심한 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누가 알겠는가? ^^;
제이미와 아미타는 또다른 G.H를 찾아가고 나는 무앙씽 G.H에 여장을 푼다. 더 싼 곳을 찾아 다닐 여력이 내겐 더 이상 없다. 다행히도 주인 아저씨, 아줌마, 두 딸과 막내 아들 모두 친절하고 맘에 든다. 루앙남타에서부터 중국 영향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여기는 중국 국경과 불과 10KM밖에 떨어지지 않아서인지 더욱 중국 냄새가 나는 듯 하다. G.H.엔 항상 따뜻한 차가 준비되어 있고 누구나가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다. 방콕에선 얼음물 한잔에도 돈을 받는데... 넉넉한 인심이 맘에 든다. 차 문화만 해도 그렇고 음식들도 중국식이 많아서 길거리에선 만두처럼 생긴 것도 많이 팔고, 맛도 우리 입맛에 비교적 잘 맞는 것이 영락없이 중국 문화권이다.
G.H 주인 아저씨가 HOT SHOWER가 된다길래 잔뜩 기대했는데 피식 웃음이 나온다. 옛날에 어렸을 때, 우리 집에 샤워 시설을 갖추기 전에는 엄마가 큰 솥에다 물을 끓여서 우린 그 물을 찬 물에 섞어 바가지로 뜨면서 목욕을 했었다. 그 때 생각이 갑자기 나는거다. 샤워기가 어디있냐고 묻는 내게 주인 아저씨는 위에 대형 보온병에 따듯한 물 채워두었으니까 그걸로 하란다. 정말 잼있다. 옛날 생각도 나고... 근데 나는 이런 경험 있으니까 괜찮다쳐도 서양인들은 이 목욕 문화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할까? 자꾸 웃음이 난다.
나름대로 hot shower도 하고 밀린 빨래도 좀 하고 나서 vieng xay 레스토랑에 가서 fried vegetables with egg와 steamed rice를 주문했는데 도대체 egg는 어디가고 풀천지냔 말이다. 할 수 없이 fried egg만 따로 주문해서 간장에 비벼 먹었다. 에궁~~. 밥먹고 운동삼아 동네 한바퀴를 돌기로 했다. 누군가는 무앙씽에서는 고산족 구경하고 간자(아편)피우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없으니 걍 푹 쉬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할 일이 없긴 뭐시기가 없어?! 바빠 죽겠구만. 나는 오늘 무쟈게 바빴다. 남의 집 고추도 빻아주고, 냉이도 다듬고...
마을을 좀 벗어나서 길을 가는데 어떤 할머니와 손녀 두명이 우리네 방아처럼 생긴 것을 발로 밟고 주걱으로 저으면서 고추를 빻고 있었다. 손녀 둘이서 방아의 끝을 밟고, 내려오는 방아가 고추를 찧고 나면 할머니가 주걱으로 한번 휘젓는다. 그 모습이 정겨워서 사진 한 컷 찍고 나도 한번 해 봤는데 이것들이 잘 됬다며 나한테 말기고 지들은 구경한다. 정말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다리도 아팠지만 냄새가 너무 매워서 자꾸 재채기가 나고 눈물이 났다. 조금 있다가 허벅지가 저려와서 다시 두 손녀와 교대를 했는데 이번엔 할머니가 내게 주걱을 내민다. 그 자린 원래 고추 냄새가 너무 맵고 직접적으로 가루가 날려서 모두가 회피하는 자린데, 글쎄 이 할머니 처음 보는 내게 그 험한 자리를 내 준다. 어쩔수 없이 몇 번 하다가 계속 재채기(나 원래 가루, 먼지 알레르기가 있어서)하니까 할머니가 영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시 선수 교체를 해 주신다. 휴~~~ 살았다.
이 사람들이 낯가림도 없나? 처음보는 나의 뭘 믿고 저런 걸 시키지? 아니면 내가 자기네랑 넘 똑같이 생겨서 친숙하다는 의미일까? 에고고.. 헷갈려...
방아 옆에선 어린 꼬마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같이 배드민턴도 치고, 아니 배드민턴을 한 수 가르쳐주고 나오는데 동네 사람들이 갑자기 내 주위로 모여든다. 그 중 한 사람이 내게 '니뽄?' 이런다. 'No, 니뽄!' 이랬다. 또다시 '진?'이런다. 그래서 'No, 진!' 이랬다. '나, 까올리!!!'이랬더니 '아~ 까올리'이런다. 그러면서 옆사람한테는 '이태리'라고 말한다. 'No, 이태리!' 'I'm korean!!' 소용없다. 흑흑~~~ 이렇게 인지도가 없어서야... 가지고간 엽서를 꺼내들고 열심히 설명을 시작했다. 알아듣던지 말던지...
그런데 더 웃긴건 한복 입은 우리네 모습을 보더니 지들끼리 또 '진'이 확실하다며 의견이 분분하다. 이게 어디로 봐서 중국인 모습이냐고?! 우쒸... 한 아줌마가 그 순간 엽서 속의 아이들처럼 양팔을 벌리고 어깨춤 비슷한 걸 춘다. 내가 그 순간 '맞아!' 하고 소리쳤더니 그 아줌마 춤 이름이 '맞아'인줄 알고 '맞아'를 연발하며 덩실 덩실~~~. 정말 웃겼다. 또 다른 한국인이 얼마만큼 여길 더 찾아야 이 사람들이 한국을 알게 될까? 많은 여행자들이 temple같은데만 방문하지 말고 마을 사람들과도 친해졌으면 좋겠다. 이들은 언제나 대문 열어 놓고 가슴 활짝 열어 놓고 대환영이니까!
돌아오는 길에는 왠 아줌마가 냉이같은 걸 다듬고 있었다. 두 딸 중 한명은 장작을 패고(아버님은 어디 가시고... 끌끌~~) 한 딸은 가마솥의 시커먼 정체 불명의 어떤 것을 열심히 휘젓고 있었다. 얼른 집안으로 들어가 냉이 비슷한 걸 함께 다듬는다. 혼자 여행하면 좋은 게 바로 이런거다. 언제, 어디서든지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얼굴이 무한대로 두꺼워져서 남의 집, 우리 집 가리지 않게 되고,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가리지 않게 된다는 점! 무한대로 간댕이가 커지고, 무한대로 용감해질 수 있다는 점!
그 냉이 비슷한 것은 약간 씁쓸한 맛이 나는데 쌀국수 먹을 때 같이 먹기도 하고(난 이 때만 이걸 먹어봤다.) 그 외에 아무 때나 먹어도 된다. 사실 이곳 사람들은 정말 풀을 많이 먹는다. 염소처럼 많이도 먹는다. 아무 풀이나, 정말 이름도 모르는 아무 풀이나 먹는 것처럼 보인다. 식사때마다 이름도 모르는 풀들을 상위에 잔뜩 올려 놓아서 국물에 살짝 익혀 먹기도 하고 생풀을 우걱 우걱 그냥 씹어 먹기도 한다. 음~~ 정말 독특한 취향이다. ^^;
내가 가마솥의 시커먼 것은 뭐냐고 했더니 'Lao Lao' 란다. 오~~ 그 유명한 '위스키 라오'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난 처음엔 쇠죽인가 했다. 나무껍질 같은게 잔뜩 있고 해서 그걸 술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세 모녀와 번갈아 가며 사진을 찌고 사탕을 나눠 먹은 후 다시 숙소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오던 길에 나는 계란 구이 소녀를 만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라오스에는 계란이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내가 먹은 '카이까이'라는 것인데 한마디로 노른자가 없다. 너무 신기했다. 계란을 껍질에 구멍을 조금내서 통째로 숯불에 굽기도 하고, 계란찜을 만들어서 그걸 숯불에 한번 더 구워주는데 계란찜에 환장하는 내가 가만 있을쏘냐?? 앉은 자리에서 입천장 다 데어가며 3개나 먹고 또 먹으려고 하는데 계란 구이 소녀 손을 가로 젓는다. 허걱~~ 왜 저지하는 것이야? 나의 애처로운 눈빛에 계란 구이 소녀는 옆의 꼬마를 가리키는데 아마 그 꼬마가 돈까지 벌써 내고 찜했던 모양이다. 에궁~~ 아까워라. 아쉬움을 안고서 나는 그길로 다시 시장을 기웃거렸다. 앗! 그런데 아쉬운 내 맘을 알기라도 하듯 또 계란굽는 아줌마가 있는 것이다. 이번엔 까먹을 양으로 하나 집어들어서 열심히 깐 후 한입 베어 물었다. 어라~~ 그런데 노른자가 있네?! 음, 이게 바로 일반적으로 노른자가 있는 계란 '카이 뺏'이라는 거였다. 정말 재밌는 동네다.
그 아줌마가 옆에서 또 뭔갈 열심히 굽고 있는데 가만 보니 닭고기 꼬치였다. 우와~~ 행복해라. 꼬치 하나를 더 먹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니 앗! 팥빙수다!! 저건 어쩌라구 여기서 파는거야? 이미 배가 꽉차서 저거까지 먹었다간 난리 날 것 같다. 이 오지 마을에서 팥빙수를 보았다는 놀라움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그 녀석을 먹을 수 없다는 괴로움이 더 컸다. 좋다... 넌 남은 빨래 마저 한 다음 힘 좀 뺀 후에 와서 먹어주마. 아~~ 누가 여행오면 살 빠진다고 했더냐?? 내가 이상 체질인가? 아니면 적응을 너무 잘하는 건지... 너무 잘 먹어서 탈이다. 아마 얼굴이 더 빵빵해져서 집에 돌아갈꺼다. 분명히! 사람들 다 놀래서 뒤집어 지겠지? 쩝...
얼른 G.H로 돌아가서 빨래를 했다. 시커먼 땟국물이~~. 이런 옷 입고 있었으니... 거지가 사촌하쟤도 할 말 없겠다. 시원하게 빨래까지 다 해 널어두고 헐레벌떡 시장으로 갔더니만 얼레? 팥빙수 아줌마 어디 간거야? 흑흑~~ 벌써 다 팔고 간겨? 에궁~~ 아까 먹어둘걸...
터벅터벅 돌아오는데 우리 G.H 앞에서도 몬가 연기가 피어오르네. 히히~~ 나 원래 먹는거 밝히는 타입은 아닌데... 참 이상하단 말이야. 이것 저것, 다 먹어보고 싶고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니 원. 나중엔 메뚜기, 들쥐, 박쥐까지도 먹을지 모르겠다. 완전히 엽기 음식 기행이다. 쿠쿠~~.
우리 G.H 앞에선 돼지 내장 꼬치 구이를 하고 있었다. 그 꼬치는 별로 먹고자 하는 욕구가 안생겼지만 심심해서 말이나 붙여볼까 하고 좌판 앞에 앉았다. 나이도 많아 보이지 않는 젊은 언니(?)가 애를 하나 끼고 앉아 있길래 '니가 엄마냐?' 하고 영어, 라오어, 한국어 섞어 대충 물어보니 자기 애란다. 허걱~! '너 몇 살이냐?' 했더니 '씹까오(19)'란다. 심하다. '애기는?' 하니까 '씨(4)'란다. 너 도대체 언제 결혼했냐? 씹하(15)라네. 음~~ 정말 빨리도 했군. 뭣이 급해서 그리도 빨리 갔더냐? 에궁~~. 그 옆에 젊은 언니도 덩달아 꼬치 먹다가 자긴 사오(20)고 애기는 쌈(3)이란다. 그래서 내가 '난 사오혹(26)이야' 이랬더니 모두들 못 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쩝... 나도 며칠 전까진 사오하였는데... 갑자기 새해가 밝는 바람에 '사오혹'이 된거야. 나도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구...T.T
내가 여기서 젤로 왕초라는 뜻으로 엄지를 치켜 올리니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야 수긍한다. 하하~~. 앗! 바로 그 순간 주인집 딸 둘과 엄마가 나타났는데 딸둘이 15살로 동갑인데 쌍둥인 아니고, 아줌마도 계획 좀 잘 세우시지... 어쨌든 이 사람들이 또 내 나일 안 믿네그려. 자꾸 아줌마는 내가 씹뺏(18) 아니면 사오(20)라고 우긴다. 졌소. 흑흑~~. 나도 내가 그 나이면 좋겠다구요.
모두들 돌아가고 6시가 되자 갑자기 온동네가 요란하다. 위~~이잉! 소리가 나더니만 글쎄, 전기가 들어오네. 어제 악몽같은 하루를 보낸터라 전기에 굉장히 민감해져 있는데 드뎌 발전기가 돌아가면서 불이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주인집 두 딸이다. 바로 TV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Thai TV를 보는데 웃고, 대사를 따라하고 난리를 치길래 옆에 앉아서 같이 본다. 본다고 내가 뭘 알아듣겠어? 간간히 큰 딸이 멋진 남자가 나올 때마다 '페엑'이라고 하니까 그 남자 이름이 페엑이구나하고 짐작할 뿐이지. 한참 보다가 시계를 보니 8시 30분이다. 내가 9시 되면 불 '피육~' 없어지냐는 바디 랭귀지를 하니까 맞단다. 그러면 자기들은 잘꺼란다. 에궁~~ 벌써? 참 편하다. 9시 되면 자동적으로 잘 생각을 다하고...
우린 서로에게 자국의 언어를 가르쳐 주었다. 나는 '메=엄마, 포=아빠, 나오=추워요'를 라오말로 배우고 이들에겐 이것을 한국말로 가르쳐 주었다. 어라? 그런데 정말 8시 50분이 넘자 모두들 양초를 준비하고 분주히 오간다. 문을 잠그고 양초불을 밝히고 정말 잘 준비를 한다. 별수 없이 나도 그만 잘자란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 인심 좋고, 먹을 꺼 많고, 할 일도 이렇게 많은데... 무앙씽 정말 재미있는 곳이다. 바쁘고, 짧았던 하루를 마감하며 내일 하루를 또 그려본다.
·무앙씽 버스 - 10,000K ·아침 - 2,500K ·쌀국수 - 2,000K
·점심 - 9,500K ·군것질 - 1,50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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