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에 일어나서 베란다에서 메콩강을 바라다 보았다. 강물이 흐른다는게 저런거구나 하고 느꼈다. 하긴 매일 제주도에서 바다만 보다가 강물 흐르는거 제대로 본 적이 있겠어?
한참을 멍하니 강물을 바라보다가 베이커리 할머니하고 한 약속이 생각나서 얼른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했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둘러 베이커리를 찾아갔다. 차와 카오팟을 주문하고 잠시 국경넘는 순서를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누가 '안녕하세요, MISS 양효선.'하고 인사를 건넨다. 아마 밤새 연습을 했나 보다. 롱 아저씨는 정말로 훌륭한 학생이다. 아저씨는 갑자기 나타나서 티셔츠를 선물로 주셨다. 싱하 BEER/WATER의 SYMBAL MARK가 새겨져 있는 흰색 티였는데 보기엔 촌스러웠지만 너무너무 그 마음이 고마워서 받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가방을 뒤져서 내가 만든 열쇠고리를 선물로 주었다. 사실 이것은 3학년 애들 실과시간에 열쇠고리 만들기 할 때 몇 개 만들어 두었던 건데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그랬더니 이번에는 아저씨가 자기 가게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는 정말 큰 술집(?)을 가지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그는 주류 도매상을 하고 있었다. 가게 안을 둘러보는데 롱 아저씨가 2001년도 달력을 보여 주면서 가지란다. 왠만하면 짐만 되고 해서 안 받을려고 했는데 달력 그림이 너무 예뻐서 받아두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별로 4장의 사진과 함께 절기별로 3달씩 1장에 들어있는 달력인데 마음에 쏙 들었다. 아저씨가 너무 너무 고마웠다.
아저씨와 헤어지고 나는 툭툭을 따고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 농카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아마도 학교에서 탁구치던 일과 롱 아저씨를 만난 일일 것이다. 그 어떤 유적지보다도 이렇게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는 게 더없이 즐겁고 행복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여행하는 이유일런지도...
국경을 넘는 동안에는 굉장히 긴장이 되었다. 셔틀버스로 우정의 다리를 건너는 동안 흥분도 잠시 너무 떨려서 자꾸 심장을 쓸어내리며 진정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태국을 출국하고 비자를 만들고 라오스로 입국하는 절차는 생각보다 너무 간단했다. 괜히 긴장하느라 힘만 뺐다. ^ ^; 30$에 보름짜리 즉석 비자를 만들고 라오스 쪽에서 입국세를 받는다는 소리를 들은터라 10B을 환전했더니 1,900K을 준다. 환율이 장난 아니게 나쁘다. 헉~~! 그런데 입국세가 10B이란다. 2,000K인줄 알고 있었는데 100K 벌었다. 좋아라~~
국경을 통과하자마자 뚝뚝이들이 몰려와서 200B에 비엔짱까지 데려다 준다고 꼬신다. 내가 미쳤냐? 그 돈 주고 뚝뚝을 타게? 어라?? 근데 이 아저씨들이 하나같이 비엔짱까지 가는 버스는 없다, 버스 정류장도 없다며 거기까지 가는 건 뚝뚝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다. 우쒸~~ 이 사람들이 단체로 짰나? 이럴 리가 없는데... 내가 분명히 14번 버스가 있다는 걸 알고 왔는데...
열받을대로 받아서 그냥 막 앞으로 앞으로 가고 있는데 눈앞에서 14번 버스가 온다. 와~~~ 이게 웬떡?! 결국 1,000킵 내고 30분 걸려서 무사히 비엔짱에 도착했다. 200바트면 약 40,000킵인데 세상에 이게 몇 배야? 40배나 더 받을려는 수작들을 단체로 부리다니... 어이가 없어서리 원.
비엔짱까지 오는 버스 안에서는 자리는 없는데 가는 곳마다 세워서 사람들을 계속 계속 태우는거다. 숨막히고 발디딜 틈도 없어서 몸도 가누기 힘들었지만 밀착해오는 사람들이나 너무 밀착해서 미안해하는 사람들이나 장난아니게 재미있다. 그냥 모든게 즐겁고 다 재미있게만 느껴진다.
오는 도중에 옆에 있는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SONG CHAN은 폴리스맨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혼자서 무앙씽까지 가고, 라오스는 지금이 첫 번째 방문이라고 하자 그 큰 눈으로 굉장히 놀래는 시늉을 한다. 또 오늘 중으로 방비엥까지 가야한다니까 그는 어떻게 라오스의 수도인 비엔짱을 건너뛰냐며 펄쩍 뛴다. 나는 비자가 보름짜리여서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둘러댔으나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비엔짱은 물가만 비싸고 볼 것도 없다고 해서 건너뛰는 거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직접 체험해 보기 전엔 남의 주관적인 평가를 받아들이는 건 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그가 자꾸 나보고 이쁘댄다. *^^* 아~~ 이 놈의 인기는 여기서도 사그라들 줄을 모른단 말이야. 내가 정말 딱 동남아 체질인가 보다. 동남아 사람들이 나만 보면 환장하는 것을 보면 여길 떠나선 안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음하하~~~
겨우 비엔짱에 도착해서 방비엥으로 가는 버스를 찾고 있는데 어느 틈에 그가 차편도 알아봐 주고 차비도 6,000킵이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고마운 사람! 그렇게해서 우린 함께 음료수를 마시면서 차가 올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내게 언제 다시 비엔짱에 올꺼냐고 물어봤고 나는 다시 오고 싶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내년에 꼭 다시 오랜다. 나는 속으로 내년 여름방학에 시간이 되면 한번 더 오자는 생각으로 그러마고 했는데 그가 4일 후면 NEW YEAR 라고 너스레를 떤다.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왔다. 결국 4일 후에 다시 오라는 소리다. 후후~~~
방비엥으로 가는 버스가 와서 헤어질 때에는 그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KEY CHAIN을 주었다. 그는 너무나 감격해 했다. 그 모습을 보니 오히려 내가 더 민망해졌다. 그래서 자리를 뜨지 못하고 또 한참을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자기 주소와 전화 번호를 적어주며 비엔짱에 다시 오면 꼭 전화를 하랜다. 전화하면 자기 부모님이 받을꺼라며(자기는 경찰이라서 집에는 잘 없고 항상 돌아다닌다나?) 부모님께 그냥 '까올리 썬'(난 이번 여행에서 내 이름을 SUN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나를 만난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기 쉬우라고...)이라고 하면 자기가 금방 달려올 수 있단다. 그래서 내년에 오면 자기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랜다. 세상에! 살다보니 나한테 영어를 배우겠다는 사람도 다 있고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러마고 다시 한번 굳게 약속하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글쎄 자리가 하나도 없는거다. 첸이랑 너무 많이 놀았나보다. 그런데 자리가 없는 걸 보고 이번에는 그가 자기랑 함께 방비엥에 가잔다. 자기가 사무실에 얘기하면 오늘은 일을 안 해도 된다나? 친구의 차를 빌려서 방비엥까지 가서 자기는 내일 돌아오겠단다. 허걱! OH! MY GOD! 갑자기 무서워져서 됬다고, 너한테 폐끼치고 싶지 않다고 하니까 그가 아니란다. 자기가 그러고 싶단다. 에고고... 난 그냥 못들은 척 차에 올라탔다. 그의 지나친 친절이 낯선 곳에 혼자 온 나로서는 너무 큰 부담이 되고 말았다.
버스 안에는 내가 들어설 틈이 없었는데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THE KING OF POP 마이클 잭슨' 자켓을 입은 차장이 길 정리, 물건 정리, 사람 정리를 해서 드뎌 나도 자리에 앉을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놈의 차가 출발할 생각을 안하는 거다. 그 찜통 더위에 햇빛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원치 않는 사우나를 한시간 쯤하고 있을 때 CHAN이 다시 나타나서 사과 4개를 싼 비닐을 내민다. 아까 그에게 심하게 말했던 것이 순간 미안해졌다. 돌아가는 그의 손엔 내가 준 열쇠 고리가 꼭 쥐어져 있었다. 이게 무슨 삼류 소설의 한 대목도 아니고... 만약 어떤 책에서 내가 이런 대목의 글을 읽는다면 유치하단 생각을 먼저 했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이 사람들은 순수하고 깨끗하단 뜻이겠지.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해하고 행복해하고... 부럽다. 사과를 옷에 쓱쓱 문질러서 한 입 베어무는데 너무 달고 향이 좋았다. 옆에 앉은 아줌마에게도 사과 한 개를 건네니 고맙다면서 가방 안 깊숙한 곳에 넣어둔다. 집에 가서 자식 주려나? 우리 할머니도 저러시는데...
또 한참을 앉아서 땀을 빼고 있으려니까 CHAN이 물과 바게뜨샌드위치 2개를 사들고 이번에는 자기 아버지랑 함께 나타났다. 창밖에서 'ARE YOU ANGRY?'하길래 더운데 차가 안가서 화가 났느냐는 말인 줄 알고 'A LITTLE BIT'이라고 했더니 잘 됬다며 먹을 걸 사왔다며 내민다. 아마 그는 'ARE YOU HUNGRY?'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그가 자기 아버지한테 '까올리 썬 GIVE FOR ME'하며 또 열쇠고리를 꺼내든다. 아~~ 진짜 민망하게스리... 그렇지 않아도 CHAN은 눈이 큰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어서 나는 금새 난감해졌다. 나는 그에게 꼭 편지를 보내겠다고 약속을 했고 버스는 이제서야 출발했다.
오는 도중 버스 안에서 한국인 신혼부부를 만났다. 버스가 출발하자 '드디어 출발한다'며 한국말로 소리를 지르길래 깜짝 놀라서 뒤돌아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제주도로 신혼여행 오는 사람은 수도없이 봤어도 라오스까지 신혼여행 오는 사람은 처음 봤다.(하긴 나도 라오스는 초행길이기 때문에 처음보는게 당연한 거겠지만...) 암튼 대단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편하고 깨끗한 곳으로 가고 싶어할텐데... 나는 신부가 잘 견뎌낼지가 걱정이다. 하기야 그건 남의 부부사이의 일인 것을 내가 왜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쩝...
방비엥까지 오는 4시간 동안 나는 앞자리의 KONG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지루함을 달랠 수 있었다. 그는 팍세에 사는데 비엔짱의 용독 대학에서 ELLECTRIC을 전공한다고 했다. 정말 귀엽고 잘 생긴 녀석이었다. 내가 콩보고 잘 생겼다고 했더니 콩은 나보고 라오스 사람처럼 생겼다고 했다. 하긴 주위를 둘러보니 내 생각에도 내가 제일로 라오스 사람처럼 생긴 것 같다. 나보다 얼굴이 더 허여멀건 사람도 많으니 말 다했지. 콩은 자기 별명이 'KING KONG'이란다. 여기서도 이름 갖고 별명을 짓다니 참 우습다. 콩은 자기도 방비엥은 처음이며 사실은 방비엥에서 약 10KM쯤 떨어진 파당이라는 마을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한다. 라오스에선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마을 밖에 나가는 일이 드문 경우라고 한다. 그러니 콩은 출세한 셈이다. 대학도 유학을 갔고 이렇게 친구네 집까지 여행을 하니 말이다.
암튼 버스는 포장도로도 달리고 비포장 도로도 달리고 사람이 소리치면 세워주고, 뭐 살거 있으면 다 사고 그러면서 방비엥까지 왔다. 도중에 THE KING OF POP은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샀고 어떤 아줌마는 돼지고기를(그냥 먼지 날리는 길가에서 잘라 판다. 피 뚝뚝!!) 한덩이 샀고, 어떤 아저씨는 마늘처럼 생긴 이상한 과일을 샀다. 암튼 너무 웃기는 사람들이다. 한 사람이 내리고 나서는 채 10M도 가기 전에 소리를 지른다. 세워달란 소리다. 나는 속으로 아까 같이 내려서 좀 걷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화내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운전사 아저씨 잘 가래며 안부 인사까지 건넨다. 우리나라 같았어봐 욕이 막 나오고 난리 부르스지. 암~~그렇고 말고.
또 오는 길에 길가에서 목욕하는 사람들을 봤다. 수도가 길가에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보는 내가 더 민망했다. @@
그것 말고도 오는 길은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들이 비엔짱에서 방비엥으로 넘어가는 산길을 두고 강원도 정선가는 느낌이라고들 했는데 사실 난 거길 안 가봐서 잘 모르겠고 내 경험의 영역으로 볼 때는 한라산 1100도로를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느낌이랑 비슷했다. 다만 여기가 도로 폭이 더 넓고 나무들도 더 많고 더 푸르고 그렇지만 말이다. '하늘은 푸르고 강물도 흐르고 실바람도 불어와 부푸는 내 마음~~' 정말 이 노래가 딱 제격이다.
나는 방비엥 GH에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한 후 XAYOR에 MR.PHONE을 찾아 갔다. 그는 정말 유쾌하고 멋진(얼굴은 아니고 ^ ^;) 사람이다. 굉장히 친절하고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았다. 그리고 한국말도 조금 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금방 도착한 나에게 라오 BEER를 따라준 것도 그였고(한국 스타일이라며 두손으로 따라준다. 졌다!) 혼자라 심심할까봐 저녁도 같이 먹어준다. 또 환전도 대신 해주고 여러 가지 도움되는 것들을 많이 가르쳐 주었다.
폰과 저녁을 먹으려는데 한국인 커플을 만나게 되었다. 이상곤, 이경혜! 아마 경혜씨가 연상인 듯 했다. 서로 존대말을 쓰면서 티격태격(진짜 싸우는 건 아니다. ^ ^;) 하는데 너무 좋아보였다. 혼자 있는 사람 배아플 정도로 말이다. 남자 친구와 여행도 오고.... 에고고 내 신세야. 그들은 여기 방비엥에 한달째 머무르고 있단다. 다음 일정을 물어보니 계획이 없단다. 그냥 돈 떨어지면 집에 가고, 그 전엔 또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단다. 매일 매일 바뀌는게 사람 맘이니까. 일정이 짜여져 있는 나로서는 정말 부럽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다.
오랜만에(겨우 4일) 한국 사람도 만나고 사람 좋은 폰을 만나니 긴장이 저절로 풀린다. 그래서인지 술을 조금 많이 마신 것 같다. 알딸딸이 조금 지나치다. (지연아~~ 그럼 나 위험 수준이지? @@) 상곤씨와 경혜씨도 오늘 한국인을 만난게 BIG EVENT라며 술자리가 즐거워진다. 라오 BEER 생각보다 너무 너무 맛있다. 술 좋아하는 내 친구 멍게나 지연이가 맛보았다면 아마 지금쯤 난리가 났을거다. 한국으로 밀반입하겠다고 말이다. ^0^
술값을 상곤씨가 냈기 때문에 내가 야식을 사기로 했다. 나는 FRIED NOODLE을 시켰는데 세상에 배추벌레가 함께 요리되어 나왔다. 이것도 연두색이었던게 익어서 갈색이 됬겠지? 윽~~ 난 처음엔 그것도 재료겠거니 생각했다. 왜? 안 먹는게 없는 사람들이니까... 그치만 그건 역시 아니었다. 다시 바꿔주니 다행이지 난감해서 혼났다. 폰은 아주 아주 따뜻한 바게뜨를 시켰는데 나와 경혜씨가 맛있다고 했더니 3개나 더 주문하는거다. 사실 맛있긴 했지만 3개는 무리였다. 우리가 무슨 빵순이도 아니고...
우리 넷이 이렇게 배터지게 먹어봤자 19,000킵(100바트) 뿐이 안 나왔다. 통이 커지나? 사람들이 좋으니까 돈을 써도 기분이 좋다.
맛있게 밥을 먹고 GH로 돌아오는데 하늘에 별이 무쟈게 많다. 근데 이건 많은 것도 아니랜다. 점점 더 이 도시가 좋아진다.
·아침식사 - 35B ·뚝뚝 - 30B ·셔틀버스 - 10B ·VISA FEE - 30$
·입국세 - 10B ·비엔짱행 버스 - 1,000K
·방비엥행 버스 - 6,000K ·저녁식사(야식 포함) - 24,00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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