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에 일어나서 짐을 꾸리고 있는데 누가 문을 계속 두드린다. 아침부터 누구야? 앗! 인환씨가 아침 같이 먹자고 일부러 일찍 와 주었다. 마음씀이 참 고맙다.
짐을 다 꾸리고 나서 함께 식당으로 갔다. 그리고 카이찌여우와 닭고기 볶음밥을 시키고 마일로 쉐이크를 곁들여 아침을 먹었다. 좋은 사람들과 헤어진다는게 참 아쉽다. 여행오면 너도 나도 다 동지라고 하는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신세를 진다.
터미널이라고 불리우는 곳에서 루앙프라방행 버스 티켓을 끊고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려니까 사라졌던 인환씨가 잠에서 덜 깬 상곤, 경혜씨를 데리고 나나났다. 정말 성대한 배웅이었다. 그 때 폰도 어디선가 나타나서 우리는 다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인환씨는 나에게 라오스 지도와 두통약, 소화제 등을 나눠 주었다. 언제 또 이런거는 다 챙겨왔는지 정말 좋은 사람이다. 이들 모두를 가슴에 담고 나는 지금 루앙 프라방으로 떠난다.
라오스 버스는 대부분 90%가 현대 버스다. 비엔짱에서 방비엥까지 타고 왔던 버스도 현대 버스였고, 지금 내가 타고 가는 버스도 'seoul foriegner school bus'라고 씌여있는 현대 차다. 버스 안엔 늘 보던 동그란 하얀시계와 '안전띠는 생명입니다.'라는 문구... 낯선 곳에선 별게 다 정겨워진다.
꼬불꼬불한게 제주도의 5.16 도로 뺨치는 산 비탈길을 4시간 동안이나 달렸다. 산 꼭대기의 휴게실 마을에서 잠시 점심 식사를 하라길래 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산 봉우리들과 구름이 모두 내 발 밑에 있는거다. 정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산 등성이를 휘감고 있는 구름, 그리고 그 구름이 걷히면서 본 모습을 드러내는 저 산! 멋있다.
점심을 먹기가 싫어져서 마을을 휙 훑어 보았더니 한쪽 구석에서는 몽빌리지에서 보았던 MATCHING GAME을 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함께 끼어 게임을 하는데 외국인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난리다. 한 외국여자가 나보고 무슨 놀이냐고 묻길래 대충 설명해 주었더니 이번에는 나보고 라오스 사람이냐고 물어온다. 에궁~~ 아니라고 했더니 미안하다며 솔직히 자긴 아시아 사람은 다 똑같이 보인단다. 하긴 나도 파란 눈에 금발은 다똑같아 보이니까 피장파장이다.
이번에 버스는 산 비탈길을 계속해서 내려간다. 멀리 메콩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2시간 남짓 멋진 경치를 감상하는데 다왔다며 내리란다.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내리라니...쩝. 아쉽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야? 시내도 아니고 건물도 하나도 없잖아. 시내 중심까지는 뚝뚝을 이용하란다. 음~~. 돈 벌려는 수작도 가지가지군. 노력들이 가상하다.
나는 방비엥에서부터 옆자리에 함께 앉아서 온 일본인 유이찌와 뚝뚝을 타고 시내로 들어와 숙소를 찾아 나섰다. 우선은 깨끗하기로 소문 난 KONGSAVANG GH를 찾아갔는데 SR(25,000K)은 없고 TR(45,000K)이 딱 하나 있었다. SR이든 TR이든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우리는 할 수 없이 유이찌의 친구가 소개해 준 SOUTPRANY GH엘 찾아갔다. 거긴 다행스럽게도 방이 딱 2개 있었는데 그나마 한 개는 또 TR이었다. 유이찌가 TR을 SHARE하겠냐고 제안했지만 내가 싫다고 했다. 요즘은 남자에 너무 예민해져 있다. 그래서 조금 비싸더라도 내가 TR(25,000K)을 쓸테니 유이찌는 SR(15,000K)을 쓰라고 하고 체크인을 했다. 그나마 값이 싸서 망정이지... 그래도 아까운건 어쩔 수 없다. 대신에 TR이라 침대도 두 개고 방도 훨씬 넓어서 나는 여기 누웠다, 저기 누웠다 장난을 쳐 본다.
시계를 보니 벌써 4시 30분이다. 얼른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메콩 강가로 나갔다. SUN-SET을 보기 위해서다. 한 1시간동안을 넋을 놓고 앉아 있었는데 정말 무아지경이었다. 멋있다. 아름답다. 이런 말로는 부족한데 표현 능력의 한계가 느껴진다.
일몰을 보다가 옆에 왠 남자가 나처럼 멍하니 서쪽하늘을 응시하고 있길래 '니 혼진 데쓰까?'했더니 '하이!'한다. 어딜 가나 일본인 천지군. 이렇게 해서 나는 졸지에 일본인 2명을 데리고 다니는 한국인이 되어버렸다. 일몰이 다 끝나갈 무렵 나와 유이찌, 싱이찌(강가에서 만난 일본인)는 CHINESS RESTUARANT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한글과 통일, 김치, 자동차, 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어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안되는 우리는 한자까지 동원해야만 했다. 오늘 양효선 머리 터지는 날이다. 짜식들 영어 공부 좀 열심히 하고 올 것이지.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의 차이는 세계 어디를 가도 일본어는 통한다는 것이지만 한국어는 안 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영어에 대한 미련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반드시 배워야 겠다는 생각도 없는 것 같고, 에궁~~ 아쉬우면 힘을 기를 수 밖에... 흑흑...
그들은 계산기, 세탁기, 만보기, 간판 등 한글과 발음이 같은 일본어가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 했고, 난 그게 다 우리가 과거에 중국문화(언어까지도) 영향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특히 유이찌는 자, 모의 결합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한글의 특성을 굉장히 놀라워했다. 그래서 나는 한글이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이유가 이런데 있다고 내가 만든 것도 아니면서 괜히 뽐내봤다. ^ ^;
싱이찌는 내 영어 발음이 좋다고 계속 칭찬이다. 하긴 그들의 일본식 영어 발음은 정말 알아듣기 힘들다. 차라리 한자로 필담을 나누는게 속편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
그런데 참 이상하다. 한국에 있을 땐 학원에라도 한번 가려면 굉장한 결심을 하고 가야하는데 오히려 외국에 나오면 영어 사용이 훨씬 자연스럽고 부담같은 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하긴 외국에서도 2가지 경우가 성립하게 되는데 미국인을 만났을때와 그외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이다.(영국인은 제외, 난 영국 발음 무쟈게 좋아함. ^ ^) 미국인을 만나면 일단은 듣는 입장이 되지만 그 밖의 경우엔 주도권을 잡아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독일인 앤디와 통일 얘기를 할 때도 그랬고, 필리핀 제이시와 얘기할 때도 그랬다. 아무래도 english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내 스스로가 덜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술술 영어가 잘 나오나 보다. 이것도 콤플렉스인데 빨리 고쳐야 해...
별별 얘기를 다 하다가 우린 GH로 돌아왔다. 싱이찌가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나는 인환씨가 주고 간 두통약 2알을 주었다. 그가 얼마냐고 묻길래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100$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가 망설이다가 그냥 고맙단다. 내가 10$라고만 했어도 줄 기세였나 보다. 짜식~~ 인간미가 이 정도는 되야지.
·방비엥 GH - 80,000K ·루앙프라방 버스 - 40,000K ·아침 식사 - 7,000K
·뚝뚝 - 4,000K ·저녁 식사 - 8,000K ·물 + 엽서 - 1,500 + 5,000 = 6,50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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