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30분! MORNING MARKET을 보기 위해 서둘러 일어났다. 아침부터 시장 안은 분주하다. 별 것도 아닌 풀을 팔러 나온 할머니, 아침부터 소 한 마리를 도끼 하나로 해부한 아줌마, 바나나 튀김을 만드는 꼬마아이까지...
메콩강가로 나가보았다. 안개에 가려진 강가가 어제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또 한참을 안개낀 강가에서 궁상을 떨다가 시장으로 돌아왔다. 시장 노점상을 기웃거리다가 쌀죽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한그릇 주문했다. 어디서나 죽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써니... 음~~맛은 좋은데 한 그릇안에 반은 선지와 양배추다. 싫어라. 흰색 쌀 사이로 어울리지 않게 붉은 핏덩이가 떠다닌다고 생각하니 영 기분이 별로다. 그리고 그 많은 양배추는 또 유기농이라며 진드기가 엄청날 게 아닌가? 헉!! 열심히 쌀알만 골라 먹을 수 밖에. 그냥 흰 쌀죽만 골라먹고 돌아서자니 뭔가 허전해서 옆에 있는 STICKY RICE꼬치를 하나사서 나는 얼른 우체국으로 향했다.
환전을 하려고해도 누군가는 암달러상들이 먼저 접근을 한다고 했는데, 내가 외국인처럼 보이지 않아서 접근을 안하는건지, 아니면 암달러상들이다 죽었던지... 그래서 우체국에서 엽서를 보내면서 환전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보고 싶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엽서를 보내고 500B을 냈다. 그런데 100B에 19,400K만 쳐주는는 거다. 방비엥보다 400K 더 주지만 어제 물 살 때 물어 본 슈퍼 아줌마 말로는 100B에 19,500K이랬다. 그래서 막 따져서 결국은 19,500K 받아냈다. 나도 지독하지~~. ^ ^; 집에 전화나 걸까 해서 가격을 물어봤더니 1분에 100B이란다. 우와! 농카이보다 더 비싸다. 지금 100K이 아쉬운 이 마당에 100B(19,500K) 전화 걸 여유가 어디 있겠어? 포기하고 내일쯤 이메일이나 보내야겠다.
우체국에서 나오니 싱이찌가 보인다. 그도 안깨낀 메콩강을 보고 오는 길이란다. STICKY RICE를 함께 먹으면서 걷는데 그가 GH를 옮긴단다. 어젠 방이 없어서 할 수 없이 8$을 주고 잤다나? 돈 많아서 좋겠다. 8$이면 64,000K인데... 쩝. 그래서 그는 지금의 GH를 체크아웃 하고 내가 묵는 GH로 왔지만 여기도 SR은 없고 아침에 캐나다 인이 체크 아웃한 DR만 하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TR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유이찌의 SR을 내가 쓰고 내 TR을 유이찌와 싱이찌가 SHARE하면 어떻겠냐고 제안 했다. 한마디로 돈 아끼려는 나의 수작이다. ^ ^; 그렇지만 유이찌와 싱이찌의 입장에서도 이건 괜찮은 제안이다. 둘이서 SHARE하면 혼자 SR을 사용하는 것 보다 훨씬 저렴하니까. 모두 OK를 하고 방을 바꾸었다. 유이찌의 SR은 창문도 없고, 어제 TR보다 훨씬 훨씬 좁았지만 그래도 돈을 아낄 수 있어서 입이 귀에 걸린다. 음하하~~
경혜씨가 왕궁은 11시면 문을 닫는다고 했던 게 떠올랐기 때문에 서둘러서 왕궁으로 향했다. 유이찌와 싱이찌도 동행을 원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함께 다니기로 했다. 라오스에 오면서부터 혼자하는 여행보다 이렇게 함께 하는 여행이 더 잦아진다. 싫진 않지만 며칠째 혼자 있는 시간이 줄어 들어서 조금 불편하긴 하다. 이것도 병인데... 어쨌든 왕궁으로 달려가 보았더니 경혜씨 말대로 11시면 문을 닫긴 하는데 그게 다시 오후 2시에 열리는 거였다. 그러니까 하루에 2번 문을 닫는 것이었다.
왕궁 입장료는 10,000k이였다. 올라도 이렇게 오를수가. 가이드북엔 5,000K이었는데 성수기라고 2배나 뛰어오르다니. 그래도 일국의 옛 왕궁을 안 볼 수 없어서 거금을 투자하고 들어간다. 왕궁 내부는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지만 태국의 왕궁에 비하면 너무 너무 단순 그 자체였다. 금덩이도 화려한 보석도 없다. 원래부터가 가난해서 없는건지 모두 빼앗겨 버린건지... 왕이나 왕비 침실이라고 해서 보면 달랑 넓은 침대 하나에 옷장 하나가 전부다. 원래가 검소한 사람들이었나? 그나마 제일 화려한 곳이 여왕의 귀빈 접대실인데 그곳엔 각국으로부터 받은 선물과 러시아 화가가 그린 왕과 왕자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각국의 선물들이라고 해 봤자 내가 보기엔 너무 조악한 것들이었다.
나의 이런 실망을 조금이라도 보상해 준 것은 왕실 내부의 유리 모자이크였다. 왕이 일을 보던 왕실에는 색유리로 라오 왕조의 일대기가 모자이크 되어 있었는데 몇 번의 전쟁과 번성을 맞이하면서 오늘의 라오스가 됬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왕의 위상이나 전쟁이 참혹함보다는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수확을 하고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들이 더 흥미로웠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다 똑같구나, 그리고 풍족하지 않아도 저렇게 행복한 얼굴들을 하고 있구나.
이 왕궁이 지금은 국립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내부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왕궁 주변을 한바퀴 돌고나서 바로 앞에 있는 POUSHI 산을 올랐다. 입장료가 8,000K으로 좀 비쌌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루앙프라방 시내는 금방 그 값을 톡톡히 보상해 주었다. 시내를 휘감고 있는 메콩강이 더욱 장관을 뽐내는 듯 하였다.
산에 오르는 도중 크로이라는 일본 여자를 만났는데 나랑 동갑이었다. 크로이는 어제 보트를 타고 폭우 CAVE에 다녀왔단다. 오늘은 KWANGSI WATERFALL에 가보고 싶은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왜냐하면 보트는 한 대당 RENT FEE가 15$(120,000K)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 부담이 적어진다. 나는 광시 폭포가 어떤 곳인지는 잘 몰랐지만 어제 엽서를 사다가 보았던 웅장한 폭포의 모습의 너무 멋있어서 얼른 동의하고 거금 30,000K을 투자하기로 했다. 폰의 투어도 이것보다 쌌는데... 메콩강을 슬로우 보트로 1시간 남짓 탈 수 있고 멋진 폭포를 볼 수 있었기에 참았다.
강변에 가보니 배가 몇 대 안 남아 있었다. 그리고 몇 명의 배낭 여행자가 동행자를 구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방향이 달랐다. 대부분이 동굴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방비엥에서 동굴은 질리도록 봤기 때문에 'NO THANK YOU'다. 결국 폭포에 가려는 사람은 달랑 우리 4명 뿐이었다. 나는 솔직히 조금 더 기다려서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모으고 싶었지만 이 놈의 일본인들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그래, 너네 돈 많아서 좋겠다. 사실 크로이나 싱이찌는 비엔짱에서 루앙프라방까지 110$짜리 왕복 비행기 티켓 끊고 1시간 20분 만에 온 사람들이다. 6$ 내고 LOCAL BUS 10시간 이상 타고 온 나와 처지가 같겠어? 쩝.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어서 배에 올랐고, 배는 메콩강 하류쪽으로 서서히 미끄러져 나갔다. 다행히 배멀미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들이 일본어로 지들끼리 하도 떠들어대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1시간 남짓 메콩강을 따라 내려간 후 어떤 마을에 도착해서 뚝뚝으로 갈아탔다. 달리는 뚝뚝 뒤로 비포장도로의 황토색 먼지가 날리고 그 속으로 아이들이 뛰어 온다. 그렇게 뚝뚝을 타고 30분 정도 가니 폭포 입구가 나온다. 배삯 30,000K 안에 폭포 입장료는 포함되어 있지 않나 보다. 8,000K을 입장료로 냈는데 왠지 속은 기분이 든다.
입장권을 사고 5분정도 걸어 올라갔다. 앗! 말문이 막힌다. 정말 멋지다. 자연적으로 저렇게 멋진 폭포가 만들어질 수 있다니... 하긴 사람의 머리에 의해서, 손에 의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은 저런 멋을 낼 수가 없지. 암~~ 사실 천지연이나 천제연, 정방 폭포만 봤었지 이렇게 큰 폭포는 나로선 처음이다. 이제까지 나는 정방 폭포만 봐도 정말 예술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광시 폭포는 예술에 예술을 더한 것 같다. 지금이 건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정도의 물줄기를 자랑할 정도면 우기때는 상상을 초월하겠지? 카메라 셔터를 눌러본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하지만 정말 한탄스러울 때가 바로 지금처럼 어떠한 기교를 써서 사진을 찍어봐도 내 눈보다, 머리 속보다 더 예쁘고 더 멋지게 찍어낼 수가 없다는 거다. 이럴땐 머리 속에 들어있는 광경을 그대로 프린터기로 뽑아낼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그 느낌, 그 분위기까지 온전히 말이다. 그런대로 아쉬움을 달래며 사진을 몇 컷 더 찍고 꼭대기까지 올라가 물보라를 좀 맞다가 내려온다. 물보라를 맞으며 옷이 다 젖어갔지만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 모습이 영원히 내 기억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으면...
다시 뚝뚝을 타고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돌아올 땐 보트 뒤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하루 하루 해가 뜨고, 해가 지지만 매일 매일 그 해를 바라보는 느낌은 왜 이렇게 다른 걸까?
갑자기 보트가 서더니 내리란다. 그러면서 LAO LAO를 계속 외친다. LAO LAO는 위스키 라오라고도 하는 굉장히 독한 술로 유명하다. 그러니 저 보트맨의 말에 의하면 여기가 위스키 라오를 만드는 마을이라는 셈인데... 그런데 저 할아버진 뭐야? 또 돈을 내란 소리잖아? 난 위스키에 관심이 없으니 안 들어가겠다고 하니까 나머지 3명도 안 들어가겠단다. 그랬더니 입장료 받는 할아버지 다급해졌는지 50% 파격 세일을 하고 2,000K만 내란다. 내키진 않았지만 이번엔 다들 들어가는 분위기여서 함께 따라갈 수 밖에... 그런데 아무리 가도 LAO LAO는 없었다. 어떻게 된거냐고 물으니까 이 잘생긴 보트맨이 ANOTHER VILLAGE란다. 이 놈이 영어를 못하니 누굴 탓하리요. 우리가 LAO LAO라는 소리만 듣고 멋대로 판단한 게 잘못이지.
어쨌든 가만히 보니까 이 마을은 도자기 굽는 마을이었다. 여기 저기 가마터가 있고 옹기들도 많이 보인다. 가마터는 우리나라랑 비슷하다. 굴을 파서 불을 때고 도자기를 굽는다. 참 신기하다. 5시가 되어가자 이집 저집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저녁 준비를 한다. 슬슬 배가 고파진다.
강가로 다시 나오니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 5시경만 되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들 강가로 나와서 목욕을 한다. 방비엥 사람들이 NAM SONG RIVER에 모여서 그랫던 것처럼, 여기 사람들은 메콩 강가에 모여서 목욕을 한다. 하루의 피곤을 저렇게 쓸어내리고 내일 다시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다짐들이라도 하는걸까? 겐지스 강에서도 저녁 나절이면 저렇게들 목욕을 한다고 하는데... 갑자기 인도가 가보고 싶어진다. 이놈의 역마살...
배를 타고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투어는 이렇게 끝이 났다. 모두들 피곤한 모양이다. 그래도 WATERFALL을 본 것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노점상 길을 걸어 나오며 우린 이것 저것 라오스 음식에 도전을 해 봤다. 팥빙수도 먹고, 케잌도 먹고, 스프링 롤 비슷한 것도 먹고... 우린 좀 더 적극적인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싱이찌는 돼지 골 삶은 것에 도전을 했고 시장 중간에서 만난 또 다른 일본인 야마다는 허파 꼬치 구이, 그리고 나는 내장 꼬치 구이... 셋 다 죽을 상을 하고 억지로 먹고 있는데 유이찌는 이 엽기적인 모습을 사진에 담아야 한다며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 너무 웃겼지만 다들 더 엽기적인 모습을 연출해 보려고 갖은 인상을 다 구겼다.
음식 기행은 그 정도로 하고 배가 여전히 출출해서 나는 밥 한봉지와 돼지고기 꼬치구이 하나를 사서 먹었고, 유이찌는 닭 날개, 싱이찌는 닭발 구이를 사서 먹었다. 나는 결국 뭘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가 꽉 찼다. 정말 대단한 엽기 음식 기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유이찌는 아직도 배가 안 찼는지 PHO(쌀국수)를 하나 더 먹었고 나머지는 모두 '입빠이 데쓰'하면서 LAO BEER 한병을 나눠 마시기로 했다. 유이찌의 PHO에는 여러 가지 생야채(상추, 쑥주나물, 파, 팍치 등)가 따라 나왔는데 라임이 있었다. 내가 맥주에 라임을 섞어 마시면서 코로나 맛이 난다고 하니까 촌놈 야마다는 처음 들어보는 맥주라고 했고 싱이찌는 멕시코 맥주라며 아는 체를 한다. 대학교 때 지연이랑 레몬 띄운 코로나 잘 마셨는데... 돈 없어서 점심은 못 사먹어도, 도서관에서 공부(사실 공부도 안했지만 ^ ^:)하다가 집에 갈 때는 꼭 참새가 방앗간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바에 들려 코로나를 마셨었는데...
음식점에서 나와 GH로 돌아오는데 야마다는 내일 방비엥으로 떠난단다. 그래서 내가 폰의 투어를 추천해 주었다. 어쩌면 순수한 호의였는지도 모르는데 내가 너무 한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한 맘이 들어서였다. 그의 사업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안부를 폰에게 전해 달라고 했더니 야마다가 군인처럼 손을 이마에 갖다 대며 '하이!'이런다. 아마 눈씻고 봐도 30,000K 에 그런 투어는 경험 못할꺼다. 암~~
오늘은 너무 피곤한 하루였다. GH에 돌아와서 감자팩을 하고 일찍 자기로 한다. 얼굴 탄다며 멍게가 일부러 사준 건데... 감자팩을 하면 탄 얼굴이 조금은 하얘질까? 그렇지 않아도 까만 피부가 요샌 하루가 다르게 더 까매지고 있다. 속상하게스리... 모레는 다시 무앙씽까지의 대장정에 오르기 때문에 내일은 그냥 푹 쉬기로 한다. 어차피 사원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다. 내게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나는 산사를 찾아가는 길을 좋아하지, 산사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건축 양식이나 그런 것들의 의미는 나의 관심 밖에 일이기 때문이다. 늦잠이나 실컷 자고, 다시 에너지 충전을 해야겠다.
침대에 누웠는데 시끄러워서 나가보니 주인집 딸이 태국 TV를 보고 있다. 한국에서 가져간 메론 맛 캔디를 나눠 먹으며 함께 TV를 조금 보다가 나는 다시 꿈나라로~~.
·쌀 죽 + STICKY RICE - 4,000K ·엽서 - 12,500K ·왕궁 - 10,000K
·푸시 산 - 8,000K ·점심 - 5,000K ·배렌트 - 30,000K ·광시 폭포 - 8,000K
·도자기 마을 - 2,000K ·저녁 - 8,000K · 물 - 1,50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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