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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0] 굳게 닫힌 국경 덕에 호사스런 하룻밤 *^^*
 써니  | 2005·12·10 00:48 | HIT : 6,288 | VOTE : 1,228 |
'쨔쟉, 쨔작!' 오늘 나의 아침을 깨우는 소리는 바로 경신 언니의 스킨 바르며 얼굴 두드리는 소리다. 어제 시엠립에서 나올 때 내 알람 삐삐를(알람 맞추어 놓은 걸 내가 들을 자신이 없어서 언니한테 맡겨 두었었는데)언니가 두고 오는 바람에 내심 걱정했는데 오늘도 역시 언니가 먼저 일어나서 하루를 열게 해준다. 근데 몸이 찌뿌둥한게 영~~ 못 살겠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아마 어제 밤에 빨래한 속옷 말린답시고 밤새 선풍기 2대를 틀어 놓은 것이 화근이거 같다. 팬이 돌아갈 때마다 머리도 따라 팽글 팽글 돈다.

세수를 하고 빠르게 가방을 싸고 체크 아웃을 했다. 어제 프놈펜에서 시하누크빌까지 가는 버스 티켓을 예매해 두었기 때문에 이제 7시 15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버스에 오르기 전에 바게뜨 빵을 3개 사서 마지막 리엘을 소모했다. 시하누크빌까지 가는 길은 아스팔트가 잘 닦여 있어서 우린 이 길로 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제 그 지옥(?)의 길로 떠난 두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여유를 부려보기도 했다. 어쩜 그 사람들은 우리가 돈만 뿌린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도 길이 험하다는 이유뿐이었다면 굳이 비싼 돈 들이며 이리 오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길을 다시 되돌아간 다는 것이 왠지 싫고 조금은 남들과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버스는 3시간 30분 걸려 항구 도시 시하누크빌에 도착했다. 가는 길은 그야말로 제주도 산업도로 풍경이다. 언니는 언덕들이 나올 때마다 제주도 오름이라면서 조금 더 가면 '산굼부리' 나오겠다며 좋아한다. 정말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이 캄보디아라는 나라 자체가 가운데가 평원이고, 양 옆이 구릉 산지여서 높은 산이 하나도 없다. 그걸 어떻게 보면 오름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고, 간간이 넓은 초원에 대나무로 울타리를 쳐놓고 소 떼를 풀어 놓은게 영락없이 목장의 모습이다.

아~~ 근데 이것들이 돈 벌려는 수작이눈에 보인다. 저기가 바로 boat station인데도 꼭 시하누크빌에 있는 capital hotel앞에 버스를 세운다. 그러니까 선착장까지 가는데 또 돈을 받겠다는 심보다. 정말 어이가 없어서리... \./

선착장까지 다시 미니 버스를 타고 가서 15$을 내고 보트 티켓을 끊었다. 음~~ 보트의 외관은 생각보다 별로다. 내부는 더 가관이다. 순간 지난번 라오스 우돔사이에서 루앙남타 갈 때 탔던 미니버스가 갑자기 떠오르는거다. 그 땐 버스 시트가 더러워질까봐 무쟈게 더러운 수건을 의자마다 씌워 놓더니만, 이번엔 이 찜통 더위에 모두 비닐 커버를 씌워 놓은거다. 누가 보면 비닐도 안 벗긴 새 보트인줄 알겠다. 맙소사!! 우릴 다 삶아 줄일 작정인 모양이다. 게다가 에어컨에선 더운 바람이 나온다. 미치겠네. inside요금 냈으니 절대 나가지 않으려 했건만 난 더위를 참지 못하고 갑판으로 나와 버렸다.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멀어지는 항구를 바라본다. 드디어 오늘 캄보디아를 뜨는구나. 그러나 이건 몇 시간 후의 사태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나의 착각이었으니...

갑판에 있으면서 생각하길, 승무원한테 가서 나 저 안에 안 들어갈 꺼니까 out-side 요금만 받고 거스름돈 달랠까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피식 웃어본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한없이, 한없이 내 속으로 침잠해간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렇게 혼자서 생각에 잠길 땐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 난 무엇을 얻었는가? 아니면 이번 여행에서 난 무엇을 버렸는가? 어쩌면 난 이 여행에서 무언가를 버릴 수 있는 마음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에 대한 거대한 욕심과 아집을 조금 버리고, 그 자리에는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새롭게 채워가고 있는 중이 아닐까? 여행이 중반 쯤에 접어들었을 때 불현듯 내가 너무 큰 것에 집착해서 스스로 나를 너무 못살게 구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숨막힐 정도로 완벽해 보인다는 소릴 자주 듣는다. 뭐든지 할꺼면 대충은 없다는 것이 내 방식이기 때문에 타인으로 하여금 고집스러워 보이고, 때론 일중독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답답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조금 작게 보고, 작게 생각하는 나는 어떨까? 물론 이건 꿈을 작게 가지는 것과는 다르다. 큰 것을 꿈꾸면서도 작은 것에 만족하고 감동 받고 행복해하는 내가 되어야지. 나는 이렇게 조금씩 커가야지...

뱃전에 부딪혀서 부서지는 하얀 포말들을 보며 한시간 정도 궁상 떨다가 안으로 들어가보니 언니가 의자 두 개를 다 차지해서 자고 있는거다. 음~~. 너무 곤하게 자고있어서깨우기가 민망한 나는 다시 갑판으로 나와 버렸다. 쬐끄만한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는게 안쓰러워 보인다.

갑판 난간 사이로 다리를 내놔 본다. 바닷물이 다리를 간지럽힌다. 보트는 물살을 가르며 흰 뱃길을 내는데 참 시원하게 보인다. 앗! 언니가 깨나서 두리번 거린다. 얼른 들어가서 의자에 앉았는데 갑자기 이연걸 영화를 틀어준다. 근데 한글 자막이 나온다. 별일도 다 있네. 저 비디오 테잎이 어찌하다가 여기까지 뒹굴어 왔을꼬?

아~~ 3시간이면 도착한다던 보트는 4시간이 넘어도 코콩섬에 도착할 기미가 안 보인다. 점점 불안해진다. boader time이 자꾸 맘에 걸린다. 이럼 낼 피피 가는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는데... 오늘 방콕으로 가는 밤버스를 타야만 낼 저녁 편안한 맘으로 피피로 갈 수 있는데...

결국 이 찜통 같은 보트는 4시 30분이 다 되어서 코콩 섬에 도착했다. 그리고 또 여기는 국경의 체크 포인트라면서 passport를 일일이 검사한다고 또 10분 잡아먹는다. 기다리는 동안 그토록 먹고 싶던 파인애플을 사 먹었다. 그것도 이 섬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파인애플이었다. 어렵게 찾아간 리어카에 아줌마는 사탕수수만 잔뜩 팔고 파인애플은 달랑 4조각을 남겨두고 얼음 위에서 고사를 지내고 있는 거다. 그 파인애플은 낌새를 보니 그 아줌마 어린 아들의 간식 같아 보였지만 내가 아주 불쌍한 표정으로 팔라고 했더니 잠시 망설이다 봉지에 넣어준다. 그러니 내가 이 섬에 마지막 남은 파인애플을 사게 된 셈인데 언니와 난 그것도 감지덕지하며 맛있게 먹었다. 더 먹고 싶지만 여기선 돈이 있어도 안되는게 있네 그려.

수속을 마치고 모터 보트를 타고 다시 국경 마을인 HOT RET으로 갔다. 에궁~~. 그런데 이 놈의 모터 보트가 5분 간격으로 말썽이다. 가다 서고, 가다 서고를 반복하며 멀미를 가중시킨다. 또 이 뱃길이 이번 여행 중에서 가장 잔인하다. 제일로 상태가 나쁜 길이라는 뜻이다. 왜냐구?? 주제에 모터 보트라고 속력은 엄청 내지, 파도는 높지... 그러니 이건 폭탄 맞은 길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거나 다름없는 자살 행위다. 아니지, 이건 나의 의지가 아니니까 보트 맨이 날 죽이려는 타살 행위다. 윽~~ 허리가 충격 때문에 심하게 아파온다. ㅠ.ㅠ 바다는 강과 호수와는 다르다. 물살이 크게 일렁이지 않던 강, 호수와는 대조적으로 파도는 장난이 아니게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죽을 고생을 하고 핫 렉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오토바이 맨들이 달려들어서 가방을 낚아채 간다. 순간 정신이 없어지면서 시계를 보았더니 5시 5분! 이것들이 하나같이 시계를 들이밀며 시간이 없단다. 빨리 가야한다며 타라는데 1$를 부른다. 난 또 boader가 굉장히 먼 줄 알았지. 왠 걸~~. \./ 1분도 안 되서 내리라는데 황당하기 그지 없다. 그런데 boader에 서양애들 20명 정도가 모여서 아우성이다. 꼭 무슨 농성을 벌이는 것 같다. 우리와 같은 보트를 시하누크빌에서부터 타고 온 애들인데 가만 보니 캄보디아 출국 stamp는 찍었는데 태국 국경이 닫히는 바람에 정작 국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허걱~!!! 그럼 이미 나도 늦었다는건데... 갑자기 화가 치민다. 이 오토바이맨 서두르면 될 것처럼 수선 떨며 1$을 요구하더니만 겨우 이 꼴 볼라고 내가 그리도 서둘렀나 싶은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도 다시 나한테 G.H를 가겠냐며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는 이 녀석이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열받아서 나는 이 놈한테 절대로 돈을 줄 수 없단 생각이 든다. 내가 'Why do you deceive me?' 라고 쏘아붙였더니 그는 그저 누런 이만 드러낼 뿐이다. 더러운 자식!! 웃을라면 이나 좀 닦고 웃을 것이지 구역질이 다 난다.

너한테 1$를 줄 수 없다, 20B만 주겠다고 했더니 이 놈이 계속 1$을 요구한다. 내가 그럼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하니까 그 놈의 오토바이 맨들이 단체로 나를 삥 둘러선다. 질 수 없지. 나는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fuck you!', 'criminal fucking guys!' 하며 내가 아는 욕을 다 동원해 악을 쓰니 이 놈이 그럼 20B만 달랜다. 생각하니 20B도 아깝다. 저런 놈한테 주기에는... 죽일 것들!!! 난 정말 사람을 속이는 것들이 세상에서 젤로 싫다. 내가 정말 더러워서... 휴==3 20B을 주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FUCK YOU!'를 먹였다. 그래도 속이 안 후련하다. 우쒸~~.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아직 캄보디아 땅을 벗어난 것도 아닌데 어쩌자고 그런 무모한 짓을 했을까? 그러다가 칼맞고 총맞고 그러는건데, 그 무식한 것들을 상대로 어쩌자고 싸움을 했던가? 그래도 난 속이고 그러는거 정말 싫어. 이 나쁜 놈의 새끼들!!

지칠대로 지친 나는 boader까지 걸어가 policeman 한테 사정, 사정해 본다. 좀 뻥까지 쳐가면서 '내가 오늘 밤 12시 비행기로 한국에 가야하기 때문에 지금 반드시 국경을 넘어야만 한다. 필요하면 내가 over time fee를 내겠다.' 그랬지만 이것들이 서로눈치를 보다가 국경에 여지껏 남아서 농성을 벌이는 몇 명의 서양애들을 가리키며 쟤네들이 있어서 예외를 둘 수가 없단다. 아~~ 저 다 된 밥에 재뿌리는 놈들!! 거의 나의 미인계가 통하고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국경을 뒤로 하고 숙소를 찾아 나섰다. 근데 의욕 상실에 전의 상실까지 겹쳐서 멀리 가고 싶지가 않은 거다. 다른 때 같았으면 싼 숙소 찾느라 혈안이 되었을 테지만 오늘은 그냥 젤 먼저 눈에 들어오는 ko-kong resort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하루 밤에 900B이니 좀 비싸긴 해도 아침 식사가 포함되니 맘에 든다. 체크 인을 했다.

에어컨 빵빵하고, 케이블 TV가 나오고... 가장 맘에 드는 건 욕실인데 샤워 룸이 크리스탈 캡슐 모양으로 되어 있다. 오머나~~ 세상에!!! 기분이 다시 좋아질라고 한다. 아무래도 난 너무 단순한 것 같다. ^0^

근데 배가 너무 고파서 아사해질 것 같다. 다시 카운터로 가서 레스토랑이 어디냐니까 바로 앞에 그랜드 호텔 안에 있단다. 우리는 바로 코 앞에 있는 그랜드 호텔까지 골프장에서 사장, 사모님들 실어나를 때 씀직한 일명 골프카를 타고 갔다. SERVICE 죽이는군. ^^

음~~ 메뉴판을 보다가 언니와 나는 'fried rice with pork'를 시켰는데 이 웨이터들 하나같이 영어를 못하네 그려. 메뉴판을 보며 손으로 찍어주고 언니는 디저트로 커피를, 나는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그러나 디저트라는 영어 한마디를 못 알아 들은 우리의 웨이터 친구들, 식사가 나오기도전에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들고 온다. 우스워 죽겠다. 일류 호텔에 웨이터들이 영어가 안되는 걸로 봐선 외국인이 여기 묵는 경우가 극히 드문가보다. 하긴 우리처럼 재수가 나빠서 boader가 닫히지 않고서야 누가 이 국경 마을에 머물겠어?

우린 또 여기가 고급 레스토랑임을 감안해서(원래 이런 데는 밥 쪼금만 준다고 생각하는 써니의 우김이 작용했음... ^^;) fish steak를 하나 더 시켰다. 예감 적중!! 볶음밥은 무쟈게 조금 나왔고 허기진 우리한테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선견지명이 있어서 다행이지. 음식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대신에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언니의 커피는 다 식어버렸고 내 아이스크림 역시 다 녹아버렸다. ㅠ.ㅠ

우린 가끔은 이렇게 좋은 데서 자고 분위기도 잡아봐야 한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면서 내일 boader가 열리자마자 나가자던 경신 언니는 12시 체크 아웃할 때까지 자다가 가잔다. ^^; 그건 또 낼 되봐야 알지요.

저녁도 맛나게 먹고, 간만에 돈도 좀 뿌리고 나서 호텔로 돌아와 바로 그 크리스탈 캡슐 안에서 샤워를 했다. 되도록이면 오래해 보려고 했으나 그것도 성격에 안 맞는지라 10분만에 샤워가 끝나버린다. 쩝...

샤워를 하고 나서 나는 간만에 감자팩을 해 본다. 요샌 얼굴이 더 새까매진게 동남아인 수준을 벗어나 아프리카 난민 수준이 되어버렸다.

이제 나도 자야겠다. 10시간 동안 버스 타고, 배 타고... 쉬지 않고 움직였는데 피곤할 만도 하지. 9시 30분 밖에 안 됬는데, 여기가 무앙씽도 아니고 다 자네 그려. 내일은 정말 피피에 갈 수 있을래나?


·바케뜨 - 900R           ·선착장 미니 버스 - 20B

·보트 티켓 - 15$          · 음료수 1$

·파인애플 - 5B            ·모터 보트 - 100B

·오토바이 사기꾼 - 20B    ·저녁 - 150B

·호텔 - 300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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