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너무 추웠던 기억이 떠올라 어제는 반바지를 긴바지로 대체, 위에는 얇은 잠바 껴입고 양말 신고 윗침대가 비어 있어서 이불까지 한장 더 얹어 최대한 보온 효과를 높인후 취침에 들어갔다.
완전 무장!!!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사이 매직에 걸려 있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도 아니고 난데없는 매직이라니...
습포는 점점 커지고 매직이 온몸을 덮쳐 허리는 아파오고... ㅠ.ㅠ
근데 어째 짐은 줄어들 생각을 안하고 계속 느냐?? 어제 산 과일과 물, 쌀, 라면, 간장, 양파.... 긴급 수습에 돌입하여 간장은 백팩에 기증하고, 라면은 배 속으로 골인시키고, 오렌지도 하나 까먹고, 그래도 처치 곤란한 것은 별수 없이 가방 속으로...
체크 아웃을 하고 거리로 나서니 무거운 가방 때문에 신세가 처량하다. 10시에 출발한다던 샨티 타운이나 다녀올걸. 컨디션이 안 좋아서 참았는데 지금와서 후회된다. 일단 역에 가서 1불을 주고 짐을 맡겼다. 그리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거리에 들어선다.
여행이란 뭘까? 어딜 가서, 무엇 무엇을 보고 그래야만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렇게 까페에 앉아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여유를 부리는게 여행이 되어서는 안되는걸까?
안될거야 없겠지. 이게 일상이라면 음악을 들으면서도 커피를 마시면서도 글을 쓰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next?'를 생각하면서 늘 시간에 쫒기겠지. 적어도 나란 인간은 그러고 있겠지. 완전히 일상이 아니라고 판단되어야만 나의 뇌는 'next'를 망각하고 'here & now'가 되는거다. 진정한 '쉼'의 자세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레이 강둑을 거닐며 오후 한때의 여유를 만끽중인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을 카메라에 몇 장 담는다. 그리고 그들 틈에 살며시 끼어 사과 한 개를 맛나게 먹었다. 마치 소풍 나온 아이처럼... 온 몸으로 느껴지는 햇살이 참 좋았다.
퍽!!! 꿈 깨셔!!!
아냐, 방금 전이 꿈이야? 지금 이게 꿈이야?
세제를 잔뜩 섞은 물풍선이 날아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단꿈을 꾸던 내게 세상에 공짜란 없음을 일깨워 준다. 완벽한 여행지, 오후 따스한 햇살, 맛난 커피와 달콤한 사과, 행복한 미소...
이런 것들을 잠시 향유한 내게 대가를 요구한 것인가?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대처할 틈도 없었다. 달리는 차에서 날아온 커다란 물풍선 하나가 단꿈을 무참히 깨버리는 순간이다. 잠바와 바지, 가방이 다 젖었고 급한 마음에 역화장실에서 비벼봤지만 거품만 계속 날 뿐이다. 휴==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