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rmation centre에 가서 spirit of Tasmania의 타임 테이블을 얻는다.
토요일 1시에 데본포트를 출발해서 일요일 오전 11시면 시드니에 도착한다. 뱅기 티켓 80불을 떡 사먹어, 말어? 에라, 모르겠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내가 언제 호화 유람선 타보겠어. 그냥 지르자.
써니가 조금 조숙했던 탓에 초등시절부터 즐겨보던 외화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브루스 윌리스가 나왔던 블루문 특급과 이름 모르는 비키니 걸들이 다수 등장하던 사랑의 유람선이었다. 그 멋진 배에 없는게 없고, 럭셔리의 극치로 보였었는데 나도 한번 타 보자고! ^^;
일 한번 크게 지르고 나서, 심호흡 하고 타마강으로 향한다. 잘 한 건지, 못 한건지 아직도 판단히 서질 않는다. 하지만, 마음가는대로 즐기는게 써니의 여행 스탈!
일단을 타마강 크루즈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로 한다. YHA 카드만 15% 할인이 적용된다길래 내 VIP 카드도 YHA랑 똑같은 거라고 우긴 후 할인을 받는다. ^^;;
조용한 어촌을 떠올리게 하는 타마강변을 거슬러 오른다. 저런 요트 하나 가지고, 자동차 한 대랑 집만 있으면 이런데서 평생을 살아도 좋을 것만 같다. 하지만 요트도 없고, 자동차도 없고 집도 없으니 적당한 때를 골라 떠나야 하겠지? 그 적당한 때를 못 골라 이리도 머리가 아프지만 말이다.
크루즈가 끝나면서 내 고민도 끝이 났다. 뱅기표 80불은 떡 사먹은 셈 치고, 유람선 180불을 지르고 멋지게 시드니로 입성하는거얏! 두번 오는 기회가 아니면 일단 저질러 보는거야. 삶이 원래 다 그런거잖아.
남들 안 가는 곳에 가서 남들 안 하는거 하는게 써니 스탈인데, 이거 너무 간단한 결정이잖아. ㅋㅋ
'너 어디 여행갈래?" "남들 잘 안 가는데..." "너 뭐할래?" "남들 잘 안 하는거..."
고민이 끝난 나는 캐터릭트 계곡을 향해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나무 냄새가 향긋하다. 그리고 물 속으로 멋지게 다이빙하는 아이들의 열기 또한 뜨겁다. 좁은 길을 따라 걸으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기분좋게 인사를 한다.
드디어 맞닥뜨린 chir-lift!!! 이번이 세번째 리프트이지, 아마. 이제 적응할 때도 된거야. 눈 질끈 감고 타자! 헉!! 그런데 나는 꼭 중요한 순간에 배터리가 다 되버린다. 필카를 꺼내 셔터를 눌러보지만 흔들리는 상공에서 제대로 찍힐리 없겠지. ㅡ,.ㅡ;;
내 카메라 사정과는 상관도 없이 캐터릭트 계곡은 정말 멋진 곳이다. 이렇게 아늑한 곳에 자리잡고서 수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인다.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고 있는데 Rob이 말을 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나의 골동품인 필카에 관심을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 보고 내부를 해부하기 전에는, 얼핏보면 내 골동품도 꽤 그럴싸하게 보일 때가 있다.
카메라 얘기, 필름 얘기... 카약을 만드는 친절한 롭은 짧은 나의 영어를 인내하며 대화를 즐겁게 이끌었다. 롭은 아마도 이 계곡에 애보리진이 살았을거라고 한다. peaceful하고, 절벽 곳곳에 은신처 동굴도 많고, fresh water가 흐르고 낚시도 할 수 있는 이 곳은 틀림없이 애보리진 삶의 터전으로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듣고보니 그럴 듯 하긴 한데,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혼자다. 그렇지만 나는 외롭지는 않았다. 나를 비추는 물과 시원한 바람과 향긋한 냄새가 함께 하고 있었으니까.
하루 종일 앉아서 흐르는 물만 바라보아도 좋을 것 같은 계곡에서 나는 눈을 감고 애보리진을 상상해 본다. 아련히 애보리진의 함성이 들리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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